차우·해운대, 색즉시공·낭만자객의 ‘화려한’ 귀환…그 성적표는?

차우·해운대, 색즉시공·낭만자객의 ‘화려한’ 귀환…그 성적표는?

기사승인 2009-07-17 12:11:00

[쿠키 영화] 헐리웃 발 블록버스터 액션이 맹위를 떨치는 여름 극장가에 한국형 괴수무비와 재난영화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발은 함께

신정원 감독의 <차우>와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컴퓨터 그래픽(이하 CG)이 다수 사용된 ‘새로운 도전’으로 함께 주목을 받아왔다. 헐리웃 CG 전문가 한스 울릭이 시각효과를 도운 것도 같다.

두 감독이 <색즉시공>과 <낭만자객>을 통해 기존 한국영화에는 없었던 독특한 웃음을 선사했던 주인공들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윤 감독은 두 영화의 각본 제작 감독을 맡았고 신 감독이 <색즉시공>의 영상 수퍼바이저, <낭만자객>의 비주얼 디렉터로 도왔다.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한 때 같은 길을 갔던 두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차우>와 <해운대>, 영화를 보기 전에는 CG의 이용을 극대화한 액션영화로 비슷해 보이지만 속내는 딴판이다.

<차우>는 광산 갱 속을 달리는 화물운반기차 같다. A급 괴수무비의 레일 위를 달리되 독특한 B급 코미디 화물을 자꾸만 싣는다. 일단 괴수무비 쪽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의 CG를 섞어가며 긴장감을 구축해 간다. 긴장감이 농밀해진다 싶으면 ‘웃음의 복병’이 출몰한다. 괴수무비의 레일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과적 차량이 되지 않을 만큼을 유지하며 코미디를 실어 올리지만 신 감독의 남다른 유머 코드는 큰 웃음을 선사한다. 신 감독의 신선한 웃음 생산 방식은 꽤나 즐길 만하다.

반면 <해운대>는 올곧이 A급 재난영화다. 전통적 방식으로 긴장미와 감동을 건져 올린다. <차우>보다는 한 수 위인 CG를 비롯해 전형적 영상 문법을 따르며 교과서적인 미장센을 일궈낸 것도 그렇다. 장르의 문법을 그대로 따라가지만은 않았다. 흔히 재난영화들이 고강도 충격의 비주얼로 승부하는 것에 비해, <해운대>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조를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고 가족과 희생에 관한 한국식 정서를 녹여내 ‘내용’이 ‘형식’을 압도한다. 컴퓨터 그래힉 기술이라는 형식이 스토리와 주제라는 내용에 우선 했던 ‘디-워’와 분명하게 갈 길을 달리했다.

<색즉시공>과 <낭만자객>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던 윤 감독이 B급 코미디의 상속을 전면 배제한 것은 아니다. 속이 쓰린 만식(설경구 분)이 위 현탁액인 줄 알고 엉뚱한 것을 쪽쪽 빨아먹어 생기는 해프닝, 웬만해선 그를 죽일 수 없다는 듯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동춘(김인권 분)이 주는 웃음을 보너스로 장착했다. 다만 윤 감독보다 두 영화의 영상 디렉터로 참여했던 신 감독의 이후 작 <시실리 2km>와 <차우>가 그 흔하지 않은 웃음의 원류에 더욱 닿아있다는 사실은 재미있다.

꽤 비슷하다

차이를 돌아 공통점으로 착지. <차우>와 <해운대>에는 연기 못해 관객의 마을을 거슬리게 하는 배우가 없다.

신 감독은 <시실리 2km> 당시 지난한 오디션을 거쳐 배우를 뽑았을 만큼 공을 들여 캐스팅 했고, <차우>에도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을 집결시켰다. 장항선 엄태웅은 정극 연기로 긴장감을 돋우고, 윤제문 박혁권은 코믹 연기로 긴장 사이사이 웃음 폭탄을 터뜨린다. 정극과 코믹을 오가는 정유미는 홍일점으로 영화에 활력을 부여한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연기들은 배우들의 ‘내공’으로 한데 어울려 관객에게 캐릭터의 향연을 베푼다. 동네를 휘젓고 돌아다니는 덕구 엄마(고서희 분), 사시와 말이 끝나도 다물어지지 않는 턱으로 웃게 만드는 이장(김기천 분), ‘비번 타령’이 입에 붙은 박 순경(정윤민 분)도 배역은 작지만 오롯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윤 감독의 <해운대>에는 세 커플이 등장한다. 설경구 하지원 커플은 ‘겁나게’ 사실적인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사랑 앞에 머뭇거리면서도 연인 앞에 애교 떠는 설경구의 모습은 ‘결혼 전 예비신랑의 실제 모습이었을까’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유발시키며 미소를 머금게 한다. 기대 이상의 호흡을 보여준 것은 박중훈 엄정화 커플. 특히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펼쳐진 엄정화의 ‘모성 연기’에 눈물을 참기란 쉽지 않다. 변해가는 외모, 들어가는 나이와 상관없이 끝없이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젊은 관객을 책임질 이민기 강예원 커플. 이민기는 스크린 속에서 아름다운 배우다. 순수청년 형식을 맡아 어리보기 풋사랑을 보여주는데 웃음과 감동이 동시에 배어난다.

윤 감독과 신 감독은 ‘쓴 배우 또 쓰는’ 경향을 공통적으로 보인다. 특히 윤 감독은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에 이어 하지원을 다시 기용했고, 강예원도 <1번가의 기적>에 이어 재캐스팅했다. 신 감독의 <차우>에서 남의 물건을 꾸준히 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으며 웃음을 주는 신 형사 역의 박혁권도 <시실리 2km>에 이어 다시 불렀다.

그렇다면 성적표는?

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두 감독의 영화 <해운대>와 <차우>. 일단 구석구석 공들여 만든 점은 같지만, 열심히 했다고 시험 성적까지 똑같을 수만은 없는 게 세상이치다 보니 그들의 성적표를 정확히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 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봉하는 두 영화에 대한 세인들의 평가는 그 취향과 관전 포인트에 따라 갈리고 있다. 혹자는 식인 멧돼지라는 신선한 소재와 환경 친화적 메시지에 독특한 유머를 담은 <차우>에 박수를 보내고, 혹자는 개척의 정신으로 ‘메가 쓰나미 CG’를 완성하며 한국의 기술력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눈물과 웃음이 어우러진 사람 사는 이야기를 버무려낸 <해운대>의 선전을 예견한다.

타깃 관객층이 액션과 코미디를 좋아하는 10~30대 ‘젊은 피’로 분명한 <차우>, 타깃 층은 모호하지만 남녀노소의 감동 사냥에 나선 <해운대>. 두 영화의 흥행 성적표가 궁금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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