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촬영돼 18일 탈레반 웹사이트에 올려진 28분짜리 비디오에서 머리를 삭발하고 수염을 기른 보우 버그달(23) 이병은 떨리는 표정으로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라고 호소했다. 납치범들은 그가 마룻바닥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회보장번호가 적힌 군 인식표를 카메라 가까이 비추기도 했다. 또 버그달 이병에게서 “극도로 무섭다. 미군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전쟁에 대한 소감을 반강제적으로 이끌어 내는 등 비디오를 대미 선전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하루 뒤 그가 알래스카에 본부를 둔 보병연대 소속이라고 확인한 미 국방부측은 “탈레반이 국제법을 어기고 선전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버그달의 고향인 아이다호 헤일리 마을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간 납치사실을 알면서 비밀에 부쳐 온 가족들은 국방부를 통해 “버그달을 안전하게 돌려보내달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 마을 ‘제이니’커피숍은 그를 걱정하는 마을사람들, 기자들의 회합장소가 됐다. 가게 안팎에는 “버그달을 돌려달라” “버그달을 위한 촛불집회에 동참하라”는 문구들이 붙어있다.
버그달은 비디오에서 지난달 30일 정찰중 뒤처져 납치됐다고 말했지만 미 정부 관리들은 그가 임무교대후 아프간인 3명과 부대를 떠났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탈레반측은 아직까지 버그달의 신병과 관련한 요구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dhlee@kim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