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09 프로야구 올스타 최종 집계에서 역대 최다득표 선수로 이름을 올린데서 알 수 있듯 김현수(21)는 현재 최고의 인기 선수다. 그리고 이 인기는 여성팬, 특히 최영미 시인처럼 그동안 야구를 그다지 가까이 하지 않다가 최근 야구를 좋아하게 된 30대 이상 누나팬들의 지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누나들이 꼽는 김현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신고선수 신화=그는 고교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타격 자질을 가졌지만 프로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수비가 좋지 않고 발이 느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006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들어온 뒤 이듬해 1군 주전으로 발탁됐으며 지난해 타격 3관왕(타율, 타점, 최다안타)을 차지하며 한국의 대표타자로 우뚝 섰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이미 옛말이 된 우리 사회에서 김현수는 자신의 노력과 재능으로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하지만 막상 신고선수 이야기만 나오면 김현수의 얼굴은 굳어진다. 당시의 충격 때문이다. 19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현수는 “그때 지명받지 못했던 경험이 보약이 된 것 같다”면서 “승부욕도 더 생기고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50살까지 그라운드에서 선수로 뛰는게 목표”라고 웃었다.
◇실력과 투혼=김현수는 20일 현재 타율 0.355(4위), 16홈런(5위), 63타점(5위), 출루율 0.448(4위), 장타율 0.589(3위), 최다안타 106개(1위) 등 타격 전분야 상위에 랭크돼 있다. 이에 대해 김현수는 “시즌 초반 교타자에서 장타자로 변신을 꾀하면서 많이 배웠다”면서도 “너무 잘 치려고 하다보니 최근 배트 스피드가 다소 느려졌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이어 “앞으로 안타를 좀더 많이 치는데 집중해 최다안타 1위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수가 올해 ‘꿈의 기록’으로 꼽히는 200안타를 때리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기복 없는 실력과 함께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투혼이다. 올 시즌 두산은 ‘부상병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선수들이 유난히 부상을 많이 당했다. 지난달 주포인 김동주와 최준석마저 1군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김현수는 상대 팀의 홈런성 타구를 잡느라 펜스에 부딛혀 쇄골을 다쳤다. 하지만 통증을 참으며 계속 출장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홈런을 쳐내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순수함과 눈물=팬들은 실력도 뛰어나지만 팀 내에서 선배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김현수의 인간미에 높은 점수를 준다. 또한 스타가 된 이후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는 일부 선수들과 달리 야구에만 집중하는 순수한 모습을 좋아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찬스 때 병살타를 때려 두산이 2위로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은 이미 전설이 됐다. 또 선배 이종욱이 수비중 동료와 충돌해 큰 부상을 당했을 때 펑펑 울며 의료진을 부르던 모습은 팬들을 울게 만들었다.
“평소엔 잘 안 우는 편”이라며 쑥스러워한 그는 “한국시리즈 때는 제가 너무 못해서 진게 분했고, 종욱이형 다쳤을 때는 걱정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연속 두산의 한국시리즈 2위는 제가 일등공신(?)이었는데,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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