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지난해 3월 방송된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와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3년간의 기록’이다. 이 프로그램은 3년간 제작했다고 해 화제가 됐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프랑스 벨기에의 해외 자연 영상 페스티벌 본선에도 올랐다.
그런데 조류학자인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가 최근 이 프로그램에 대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프로그램 중 수리부엉이가 한밤중에 토끼를 사냥하는 모습이 제작진의 연출이라는 것이다.
촬영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당시 수리부엉이의 먹잇감인 토끼는 발이 줄에 묶인 채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화면이 방송될 때 “수리부엉이는 과연 날쌘 토끼를 사냥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그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왔지만 토끼는 이미 먹히기로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제작진도 그 장면에 대해서는 연출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KBS 관계자는 “어둠 속에서 수리부엉이의 사냥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알고 있다”며 “많은 자연 다큐멘터리가 동물을 유인하기 위해 먹이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신동만 PD는 1998년 수달 다큐멘터리 조작 파문으로 방송위원회로부터 ‘1년 연출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프로그램은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 남매의 성장기를 다뤘다고 했으나, 방송에 나온 수달은 자연산이 아닌 사육된 것이라는 지역 주민들의 제보가 쏟아졌다. 당시 KBS는 조작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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