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이 아시아 위기탈출의 지름길”

“사회안전망이 아시아 위기탈출의 지름길”

기사승인 2009-07-27 17:39:00

[쿠키 지구촌] 덜 쓰고 많이 저축하는 아시아인의 경제관은 지난 30년간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으로 칭송받아왔다. 적어도 지난해 세계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경제위기로 미국 및 유럽 소비자의 구매력이 급감하면서 검약한 아시아식 소비습관은 글로벌 경제의 새 적으로 부상했다. 내수 진작 대신 수출에만 매달려온 아시아 경제의 불균형이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를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대시켰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37%에서 47%로 상승했다.

이를 의식한 아시아 각국은 천문학적 액수의 경기부양 자금을 시장에 쏟아부었지만 내수 확대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경기부양자금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된 데다 소비쿠폰, 현금 등도 보수적 소비행태 때문에 장롱 속으로 사라졌다. 아시아 소비자가 돈을 줘도 쓰지 않는 이유는 불안정한 사회구조 때문이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먼슬리 최신호(7·8월호)는 “수출주도형 아시아 국가는 대기업 같은 수출 관련 분야에 과도한 혜택을 준 반면, 공교육과 공공의료, 실업보험 같은 사회안전망 투자에는 소홀했다”며 “경제적 짐이 온전히 개인의 어깨에 던져지면서 아시아인들은 미래를 위해 소비를 줄였다”고 분석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노후연금을 받는 아시아 노인은 30%, 실업보험 혜택을 보는 노인은 20%에 불과하다. 위기가 닥쳐도 도움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아시아 소비자들의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는 얘기다. 구조적 허점을 남겨두고 내수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아시아 각국이 드디어 사회안전망 확충에 소매를 걷어붙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1200억달러(약149조원) 규모의 의료보험 확충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보건소가 향후 3년 이내에 전국적으로 추가 건립되고,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인구도 90%까지 확대된다. 베트남은 올 1월부터 전국적인 실업보험 제도를, 인도는 수억 명에 달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연금보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는 또 비도시 거주 노동자에게 연 100일간의 노동일수를 보장하고 있다. 이미 2001년 국가 차원의 의료보험제를 시작한 태국은 30바트(태국 화폐·약 1달러)에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기가 와도 국가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면 소비를 늘릴 수 있고, 내수가 확대되면 수출 의존도는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 재정상황이 경제위기로 악화됐다는 점, 사회제도에 대한 신뢰가 단기간에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조지프 즈베글리치 아시아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제도가 시험을 거쳐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며 “실제 소비패턴이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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