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 48년 애증의 관계가 화해로 마무리

DJ―YS 48년 애증의 관계가 화해로 마무리

기사승인 2009-08-10 2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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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한국 정치의 양대 거목인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48년에 걸친 애증이 화해로 마무리됐다.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 같던 YS의 독설도 생사의 기로에 선 DJ의 병상 앞에서 멈췄다.

경쟁과 협력,애증의 48년

양김은 1961년 제5대 국회에서 의원으로 만났다. DJ는 첫 원내 진출이고 YS는 재선이었다. 이후 착실히 원내기반을 다진 양김은
1970년 40대 기수론을 들고 7대 대통령 후보에 도전했다.
70년 9월 DJ가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이철승 씨와 손잡고 YS를꺾고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DJ와 YS는 민주화 투쟁을 함께하면서 상당 기간 경쟁적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80년 초 '서울의 봄'때
양김은 대권을 향한 경쟁을 벌였으나 신군부에의해 좌절됐다. 1985년 이들은 민추협을 기반으로
신한민주당을 창당, 제12대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재야 단체인 민추협 공동의장을 맡은 두 사람은 전두환 신군부를 겨냥해 격렬한 직선제 개헌 투쟁을 벌였고 6.10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끌어냈다.

그러나 협력은 거기까지였다. 87년 12월 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양김은 후보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둘의 협력 관계는 깨졌다. 집권 민정당 노태우 후보를 상대로 독자출마를 했으나 참패했다. 정권 교체를 열망했던 국민들은 민주 세력의 분열을 초래한 두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이때부터 양김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각자의 길을 갔다.

YS가 90년 노태우, 김종필씨와 함께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을 만들자 DJ와 YS는 여야로 갈렸다. DJ는 이후 92년 대선에서 YS와 맞섰으나190만여 표 차이로 무릎을 꿇었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정계를 은퇴했다. 재기에 나선 DJ는
정계복귀후 97년 대선에서 YS에 이어 15대 대통령이 됐다. 양김은 아들 문제로 갈등이 깊어졌다. YS는 DJ가 자신의 차남 현철씨를 사면복권해 주지 않자 크게 분노했다. 이후 YS의 독설은 하늘을 찔렀다. 양김의 관계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치달았다.

YS는 사사건건 DJ비난했고 DJ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YS가 내뱉은 가장 최근의 독설은 지난 6월이다. YS는 DJ가 독재라는 표현을 써가며 MB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자 "틈만 나면 평생 해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한다. 김대중씨는 이제 자신의 입을 닫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양김은 애증을 안고 각자의 길을 갔다.

측근들,"참으로 다행스러운 일"

측근들은 양김의 화해를 크게 반겼다. 뒤늦게나마 민주화 투쟁 시절의 동지 관계가 부활했다는 해석이다. 양김은 지난 5월29일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서로를 외면했다.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과거 김현철씨의 사면 복권 문제가 있었는데 해결하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팠다"며 "그런 것을 모두 청산하고 이번에 방문하셨다. 이를 계기로 양김은 영원히 화해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옥 민주당 상임고문도 "동교동과 상도동 모두에게 큰 선물을 주신 것"이라고 기뻐했다.

양김의 정치적 유산이기도 한 영남과 호남의 갈등을 포함, 불신과 반목으로 가득찬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나온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마지막에 두 분이 손을 잡고 국민들에게 같이 계신 모습을 보여주는 게 대단히 바람직하다. 두 분은 같은 배를 타고 항해를 한 분들"이라며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김의 화해는 시간문제였다는 의견도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YS를 찾아뵀더니 지난번 노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았는데 DJ의 숨소리에서 쇳소리가 나더라고 말씀하셨다"며 "DJ가 오래 못 살 거 같다며 걱정을 하시더라"고 전했다. YS 최측근인 김기수 비서실장은 "DJ께서 오랫동안 병석에 계시는 상황에서 일요일 날 예배를 보시고 하시면서 느끼신게 있으신 것 같다"며 "아침에 운동하고 오셔서 바로 가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우성규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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