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폐렴으로 30일째 입원 치료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가 11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열렸다. 기도회에 참석한 이희호 여사는 내내 성경을 두 손에 쥐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 찬송을 부를 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오후 4시부터 병원 6층 기도실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쾌유를 위한 기도회'에는 이 여사를 비롯해 2남 홍업씨, 3남 홍걸씨 등 가족과 측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예배 시작 10분 전 휠체어를 타고 기도실에 도착한 이 여사는 흰색 투피스 차림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달 가까이 김 전 대통령을 간병한 탓인지 가벼운 기침을 하기도 했다.
휠체어에서 내린 이 여사는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넨 뒤, 기도실 두번째 줄 의자에 3남 홍걸씨와 나란히 앉았다. 이 여사는 평소에 읽던 성경책을 갖고 기도회에 참석했으며 50분 동안 진행된 기도회 내내 성경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기도회에서는 새민족교회 김영철 담임목사 등이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드렸다. 한빛교회 이해동 전 담임목사는 열왕기하에 나오는 히스기야 왕의 이야기를 들며 "하나님이 큰 병을 앓던 히스기야 왕을 15년간 더 살게 하신 것처럼 김 전 대통령도 더 살 수 있게 하시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이 목사가 설교를 막 끝내자 이 여사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 찬송가를 부를 땐 목이 메는 듯 중간중간 입술을 떼지 못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기도회가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인사를 나눴다. 홍업씨는 "지금까지도 초인적인 의지로 견뎌낸 분이신데 반드시 회복하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기도회에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 한화갑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측근들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총리,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이 대거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11일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병원 측은 김 전 대통령 병세와 관련, "어제(10일)보다 혈압·산소포화도 등 수치가 안정적이지만 호전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혈압상승제를 다소 줄였고 산소를 100%로 주던 걸 좀 낮춰도 산소포화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여사가 면회했을 땐, 눈을 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경환 비서관은 "병세가 나아져 가족과 의료진이 한숨을 돌렸다. 가족들도 처음으로 다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고 전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는 11일에도 이해찬 전 총리 부부,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김덕룡 전 의원 등 상도동계 인사등 정치권의 방문이 이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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