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 유죄 판결…길고긴 법정공방 끝나나

이건희 전 회장 유죄 판결…길고긴 법정공방 끝나나

기사승인 2009-08-14 22: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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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4일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로 실형을 피했다. 대법원 재상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이번 판결로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3자 배정 결의로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삼성 사건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회장은 삼성SDS 사건과 조세포탈 부분은 모두 유죄를 피하지 못했다.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삼성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1심과 달라진 계산=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핵심쟁점이었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1999년 2월 당시 적정가격을 1만4230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가 삼은 기준은 증권거래법에 따른 유가증권 인수업무에 관한 규정이다. 1심 재판부가 사용했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기준은 조세 부과를 위한 것으로, BW 행사가격 평가에 합당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런 기준으로 발행 당시 가격인 7150원에 대해선 '공정한 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1만4230원은 실제 행사가격인 7150원의 1.99배에 달해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발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전 회장 등이 회사에 끼친 손해액은 적정가에서 발행가를 뺀 227억원으로 계산됐고, 이는 1심 재판부가 주당 9192원을 기준으로 계산했던 손해액 44억원과 면소(免訴) 기준인 5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유죄 선고로 이어졌다. 업무상 배임보다 공소시효가 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왜 집행유예인가=재판부는 BW 발행 당시 법령에 정해진 가격 판단 근거도 없었을 뿐더러 이 전 회장 등이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을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회사에 입힌 손실 이상을 이미 납부했고 경영진으로서 회사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부분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세금 포탈액을 모두 납부한 점 등도 참작 사유로 거론됐다.

하지만 BW 발행가격이 공정가의 절반 밖에 안돼 유죄가 성립된다고 하면서도, 재판부가 한편으론 이것이 지나치게 심한 경우는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지적도 있다. 또 재벌 총수에게 단골로 적용되는 '징역3년, 집유 5년' 공식 역시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측은 "재벌에 약한 사법부의 면모를 재연해 국민에게 또다시 깊은 좌절과 박탈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길고 긴 법정 공방 마무리=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법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배임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는 회사 또는 주주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BW 발행 당시 비상장회사였던 삼성SDS는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일반주주가 없다. 재상고 가능성에 대해 특검과 삼성측 모두 현재로선 신중하다. 양측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산정한 계산법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재상고할 수는 있지만 형량이 부당하다는 이유로는 불가능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김경택 기자
jsun@kmib.co.kr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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