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400만 인터뷰①…하정우 “내 연기인생의 1장은 끝났다”

<국가대표> 400만 인터뷰①…하정우 “내 연기인생의 1장은 끝났다”

기사승인 2009-08-17 20:26:00

"[쿠키 연예] 영화 <국가대표>가 개봉 3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전국 관객 400만을 넘어섰다. 개봉 시점보다 되레 개봉관 수를 늘려가며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는 형국이 마치 <왕의 남자> 같다.

더구나 관객 1000만을 향해 가는 ‘무서운 쓰나미’ <해운대>를 2위로 돌리고 차지한 정상이다. 개봉 초반 상대적으로 적었던 스크린 수가 <국가대표>가 수위를 차지하지 못한 이유라고 항변하듯 개봉관 수가 677 대 640으로 역전되자마자, 광복절이 낀 주말 <해운대>를 91만 대 86만 명(이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스크린가입율 98%)으로 제쳤다. 완전히 앞서간 것은 아니다, 한 주간(8.10~16) 박스오피스에서는 158만 대 154만으로 <해운대>가 아직 선두다.

영화 <국가대표>의 흥행 주역 두 사람을 인터뷰했다. 명실상부한 원톱 주연으로 스크린 안팎에서 영화를 책임감 있게 이끈 배우 하정우, 굳어있는 배우들의 몸에 스키점프를 가르치고 영화 속에서는 Bob(밥·하정우 분)의 대역을 했던 코치 김흥수다. 두 사람의 밥, 하정우 배우는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김흥수 코치는 썸머 그랑프리 월드컵 대회 관계로 독일에 있는지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밥’이 아닌 ‘하정우’의 역할

<국가대표> 성공의 원인을 김흥수 코치에게 묻자 하정우를 칭찬했다. 명색이 영화배우들이고 스타들인데 고된 훈련을 견뎌줄 것인가, 코치의 말을 잘 따라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정우가 풀어줬기 때문이란다. 김 코치보다 연장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네 알겠습니다, 코치님”이라고 깍듯이 ‘모셔주니’, 나머지 후배배우들에게 절로 모범이 되고 기강이 섰다며 하정우의 인간됨을 호평했다.

홍차를 사이에 두고 대면한 하정우에게 그렇게 행동한 연유를 물었다. 그는 ‘밥이 아닌 하정우의 역할’을 답변으로 돌려줬다. 스크린 안뿐 아니라 밖도 책임지려는 자세, 촬영장에서의 분위기가 은막 위에 그대로 드러날 것에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된 자세로 임한 하정우는 <국가대표>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국가대표>에 임하면서 밥이 아닌 하정우의 역할을 늘 염두에 뒀습니다. 어쩌면 연기보다 더 중요했을 수도 있어요. 훈련이 너무 힘들다 보니 배우들이 서로 ‘나 살겠다’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걱정했죠. 내가 어떻게든 중심이 되어서 분위기를 성실하게 이끌어야겠다 생각하고 앞서나갔는데, 모두들 기분 좋게 받아들여줘서 고마웠죠.”

하정우의 자신의 리더십 성공으로 상황과 경험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감독 이하 훌륭한 스태프, 좋은 배우들과의 작업은 자신에게 큰 선물이 됐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제가 욕심이 많고 승부근성이 있어요. 그런데 제 행동들을 욕심으로만 폄훼하지 않고 함께 노력해준 모든 분들, 김용화 감독님 이하 함께 작업한 분들이야 말로 ‘도리어 제 마음을 움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성동일 선배, (김)지석이, (김)동욱이, (최)재환이와 많은 얘기를 나누며 열과 성을 다해 촬영을 마치고 나니 제 인생이 뭔가 정리된 듯한 느낌이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 연기인생의 chap.1은 끝났다

‘뭔가 정리된 듯한’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국가대표>를 통해 자신감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제 ‘신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연기 인생을 chapter(챕터·한 장,한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면,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국가대표>까지 1챕터가 끝난 거죠.”

모든 것에 도전의 자세로 임한 ‘신인의 시기’가 끝나고, 배우라는 수식어를 부끄럽지 않게 달게 된 하정우의 배우 인생 제2장은 1장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까. 배우 하정우에게 물었다, 그가 아니면 아무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니 말이다.

“지금까지의 연기는 인간 하정우를 가려온 연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배우로서의 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제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거든요. 주로 강한 캐릭터를 맡았던 것도, 그 캐릭터에 개성을 짙게 드리운 이유도 인간 하정우를 가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후 출연작들에서는 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자신’이라는 단어를 연거푸 써가며 해낸 설명, 복잡한 듯하지만 명쾌하다. 그리고 두 가지 떨림을 얻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비롯해 <비스티 보이즈>나 <멋진 하루>, 출연 비중이 작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까지, 마치 자신을 회로 치려는 칼을 거부하는 물고기처럼 펄펄 뛰어오르는 날생선 같던 그 연기들이 모두 ‘하정우가 아니었다’니…놀랍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언어적 습관들이 캐릭터에 묻어있기에 하정우 자신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생생할까 했었고, 이제는 자신 내비치기를 그만두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완전히 어긋난, 오판이었다. 하정우 자신을 가리기 위해, 하정우 같다고 착각하게 하는 치밀한 ‘가면’을 준비한 그에게 한 방 먹은 떨림이다.



충전 끝…하정우, 배우로 날다

두 번째 떨림은 자신을 드러낼 자신감을 갖게 된 배우 하정우가 제 자신을 투영해내 창조할 캐릭터, 그리고 연기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기대다. 자신감은 누구에게나, 삶에 있어서나 일에 있어서나 ‘건전지’다. 이제 자신감 충전을 끝내고, 벽에 박혀있는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뽑아 움직임과 표현이 한결 자유로워질 배우 하정우의 연기 제2장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국가대표>에서 배우들은 스키점프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마지막 순간을 제하고, 급한 경사로를 내달리는 장면까지 와이어를 달고 촬영했다. 하지만 지상 훈련만큼은 스키점프로 하늘을 나는 ‘인간 새’들처럼 끝까지 거쳐야했다. 고단한 훈련이 억울하지는 않았냐고 묻자, 하정우는 ‘믿는 구석’을 거론했다. 로버트 드니로가 영화 <택시>를 위해 실제로 택시기사로 3개월을 살았던 얘기를 전하며 “연기 기술적인 부분의 문제는 아니다. 믿는 구석을 만드는 것이다. 이만큼 했으니 이제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겠지, 내가 하는 게 맞는 동작이지…라는 확신을 얻으려고 그 과정들을 거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말을 적용해 보자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부터 <국가대표>까지의 작품은 하정우에게 ‘배우로서 믿는 구석’을 만들어준 훈련의 과정들이었다. ‘이만큼이면 이제 나를 드러내 연기해도 되겠지’ ‘내가 하는 연기가 맞는 거겠지’라는 자신감을 날개로 단 하정우, ‘신인’의 땅에서 ‘배우’의 하늘로 날아오른 하정우의 연기 인생 2장이 시작됐다. ‘배우 하정우’는 몇 챕터까지 이어질 책인지 알수록 궁금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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