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인 19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의 임시 빈소에는 정치인과 학계·재계,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평생 민주주의와 화해·통합을 향해 걸었던 DJ의 삶에 경의를 표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광주항쟁을 주동했다는 혐의로 DJ가 사형선고를 받은 1980년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쯤 굳은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 대신 빈소를 지킨 차남 홍업(59)씨와 악수를 나눈 뒤 "사람 일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 한승수 국무총리 등 현 정부 국무위원,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빈소를 찾았다. 또 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이수성 전 총리, 이만섭 전 국회의장, 조순 전 한국은행 총재,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김명곤·강금실 전 장관이 조문했다. 청융화 중국대사, 시게이에 도시노리 일본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의 방문도 이어졌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강만길 고려대 교수 등 학계,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와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등 종교계 인사들을 비롯해 언론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DJ 임기 중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던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25)씨는 "아직 통일도 안 됐는데 이렇게 가시면 어떻게 하느냐"며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 이씨는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천국에서 기도해주세요, 대한민국을 위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방명록에 "큰어른으로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시어 당신을 힘들게 하고 핍박한 사람들까지 모두 용서하고 포용하신 본보기를 많은 후배들이 본받을 것"이라며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길 기원한다"고 남겼다. 한 시민은 "세계 평화의 대통령이여, 이제 영면하시어 평화를 이루도록 하나님께 기원하겠다"고 썼다.
DJ 정부에서 초대 여성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윤후정 이화여대 재단이사장은 "여성계는 DJ 정부 때 대통령이 여성 권익을 신장, 확장시키신 기억을 갖고 있다"고 DJ의 업적을 회고했다. 광주 출신의 김길복(83) 할머니는 노구를 이끌고 빈소를 찾았다. 광주항쟁 당시 광주에 살았다는 김 할머니는 "김 전 대통령님과 동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그가 평생 평화와 통일 운동을 한 데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고인이 입원 직전까지 쓴 노트 2권 분량의 일기를 이 여사로부터 전달받은 DJ측은 주요 내용을 곧 공개할 방침이다. 최경환 비서관은 "책을 열어본 순간 전율을 느꼈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내용을 검토해 언론에 제공할 내용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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