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사이는 최상”… DJ 일기 뭉클

“아내와의 사이는 최상”… DJ 일기 뭉클

기사승인 2009-08-21 15:18:00


[쿠키 정치] “아내와의 사이는 결혼이래 최상이다. 둘이 오래 살도록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생전에 남긴 일기가 21일 일부 공개됐다. 일기에는 서민에 대한 관심,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고민, 아내 이희호 여사에 대한 애틋한 사랑 등이 오롯이 녹아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함과 감동을 안겨준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제목으로 발췌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는 올해 1월1일부터 6월2일까지다.

1월1일 새해에 10시간 세배를 받았다는 김 전 대통령은 “몹시 피곤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겠다. ‘찬미예수 건강백세’를 빌겠다”고 적었다.

1월7일자에서는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구절이 적혀있다. 5월2일에는 “살아있는 것이 행복하고 아내와 좋은 사이라는 것이 행복하고 건강도 괜찮은 것이 행복하다”고 적었다.
DJ의 낙천적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기장 곳곳에 녹아있는 아내에 대한 사랑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점심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 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1월11일)

2월7일에는 “하루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며 마치 신혼부부같은 느낌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봐야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엿볼 수 있다.

1월17일자에서 “외신기자 클럽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다. ‘다시 한 번 대통령 해달라’‘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보고싶다’는 댓글을 볼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20일자 일기에서 DJ는 “5인이 죽고 10여인이 부상입원했다.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가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한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아픔도 녹아있다. DJ는 5월23일 일기에서“자고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다.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적었다. 29일에는 “노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예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DJ는 “날씨추운 설날에 가난하고 임금 못받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 것”(1월26일)이라고 안타까워했고 “인생은 얼마만큼 오래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고통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다”(1월14일)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서민만을 생각했다.

DJ 일기는 “71년 국회의원 선거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친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는 6월2일자로 끝맺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김대중 전 대통령 마지막 일기’전문 보기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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