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마지막 일기 어떤 내용 적혀있나… 정부 비판은 일부만 공개

DJ 마지막 일기 어떤 내용 적혀있나… 정부 비판은 일부만 공개

기사승인 2009-08-21 22: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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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가 21일 공개됐다. 김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했던 삶에 대한 단상과 이희호 여사를 향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그는 힘겨운 투병 속에서도 "끝까지 건강 유지해 민주주의·중소서민 경제·남북문제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4월27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는 "강요된 자살"이라며 비통함을 쏟아냈다. 일기장 곳곳에 적힌 '찬미예수 건강백세'라는 구절이 눈에 띈다.

이번에 공개된 일기는 올해 1월부터 6월 초까지 작성된 32편이다. 국장 중임을 고려해 현 정부 비판이 담긴 내용은 일부만 공개됐다. 미공개 부분은 향후 이 여사가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인생사

나의 85회 생일이다.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1월6일)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1월7일) "인생은 얼마만큼 오래 살았으냐가 문제가 아니다. 얼마만큼 고통 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다."(1월14일)

나는 일생을 예수님의 눌린 자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교훈을 받들고 살아왔다."(1월15일)

"불행을 세자면 한이 없고, 행복을 세어도 한이 없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다."(5월2일)

나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 대검에서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발표. 너무도 긴 세월 동안 '용공'이니 '비자금 은닉'이니 한 것, 이번은 법적 심판 받을 것."(2월4일)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2월7일)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1월11일)

10시간 세배를 받아 몹시 피곤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 관리에 주력해야겠다."(1월1일)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5월20일)

대북정책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한한 길에 나를 초청해 만찬을 같이했다. 언제나 다정한 친구다.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힐러리 국무장관에 보낼 문서도 포함했다."(5월18일)

북의 2차 핵실험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 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이러한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5월25일)

노무현 전 대통령

노 대통령도 사법처리될 모양. 큰 불행이다."(4월18일)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 슬프고 충격적이다.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5월23일)

"박지원 의원을 시켜서 국민이 바라는 대로 국민장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유가족들에게) 전했다."(5월24일)

영결식에 아내와 같이 참석했다.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 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5월29일)

민주주의

그저께 외신기자클럽의 연설은 신문, 방송에서도 잘 보도되고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다.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1월17일)

용산구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5인이 죽었다. 참으로 야만적 처사다.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1월20일)

설날이다. 가난한 사람들, 임금을 못 받은 사람들, 주지 못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설날이 큰 고통이다."(1월26일)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1월16일)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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