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를 ‘형님’이라 부른 김동길…잇단 추모의 변 눈길

DJ를 ‘형님’이라 부른 김동길…잇단 추모의 변 눈길

기사승인 2009-08-22 17:49:01

[쿠키 사회] 생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강하게 비난했던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가 DJ 사후 잇달아 온건한 추모의 변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전 교수는 2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김대중 선배님 전상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승길을 떠날 때 별로 고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가는 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다섯 가지 복중에 하나라고 들었습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DJ 서거에 대한 느낌을 적어나갔다.

김 전 교수는 “덕스러운 삶이었기에 한나라의 대통령자리에도 올랐고, 만인이 부러워하는 노벨평화상수상자도 되셨을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전직 현직 대통령들이 모두 병문안 가서 쾌유를 빌었다는 것도 사람 사는 세상에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며 DJ의 삶을 기렸다. “서거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영국 수상, 독일수상이 앞을 다투는 듯 먼저 애도의 뜻을 표하였고, 이웃나라 일본의 국영방송 NHK는 다른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선배님의 서거소식을 국민에게 알렸다고 들었습니다”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DJ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표현했다.

개인적인 인연을 강도하면서 애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 전 교수는 “군사정권하에서 여러 동지들과 함께 민주화의 투쟁을 하던 때에는 (DJ가) 불러서 점심 또는 저녁을 사주신 적도 있고 저도 후배로써의 도리를 다하노라고 최선을 다 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 때(죽은 이후)에는 다시 만나게 될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아무렴 깊은 인연을 가졌거늘, 영영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언젠가는 다시 만나서 흉금을 터놓고 따져야 할 일도 있습니다마는 오늘은 그런 마음이 되지가 않습니다. 선배님은 통일된 조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고 싶으셨을 텐데, 그 뜻을 이루지 못해 유감이시겠습니다”라며 글을 끝맺었다.

그는 이어 22일에는 ‘김대중 형님께’라는 더욱 살가운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전 교수는 “한 시대의 풍운아 김대중 형을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은 부지기수이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자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 그렇게 불러보고 싶은 것뿐이니 너그럽게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인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모두에게 착잡한 심정과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이제 평화롭게 그 생이 막을 내렸으니 당장에 할 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글에서 다른 보수인사들이 으례 하곤하던 이념적 덧칠이나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일련의 글에서 비판적 뉘앙스가 풍기는 유일한 부분은 “어른이 가고 난 뒤에 그의 추종자들이 추태를 부리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1월19일)라며 DJ 지지자들에 충고한 문구 뿐이다. 김 전 교수의 이같은 자세는 지난 6월25일 홈피에서 DJ를 향해 “투신 자살해야 한다”고 비난하는 등 평소에 DJ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할 정도다.

또 석달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때 내뱉은 독설과도 대비된다.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인 6월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부정과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순간부터 성자가 되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5월25일에는 “노무현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이다. 비극의 책임은 노씨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과 김 전 교수의 ‘유대감’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DJ와 노선차이는 있었지만 1970년대에는 재야인사로, 90년대 초에는 같은 야당인사로 교류를 해온 입장에서 그의 서거를 애틋한 연민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생전에 DJ와 날카롭게 대립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막판에 화해를 한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자신의 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적과 과실을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라며 DJ에 대한 평을 유보했다. 동시대인으로 동고동락했던 옛정을 감안한 흔적이 엿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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