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영결식, 삼복더위 속 조문객들 애도

DJ 영결식, 삼복더위 속 조문객들 애도

기사승인 2009-08-23 21:52:00


[쿠키 정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23일 국회 본관 앞 잔디광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 장소는 김 전 대통령이 1998년 1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바로 그 장소였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였지만 조문객들은 영결식장을 지키며 고인을 애도했다.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여야 국회의원들도 대거 참석해 용서와 화해, 통합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되새겼다.

◇이희호 여사,고개 숙인 채 눈물만=김 전 대통령을 실은 운구차는 오후 1시55분쯤 영결식장에 들어섰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등 모든 조문객들은 일어서서 고인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이 선두에 섰고,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과 노벨평화상이 뒤를 이었다. 이희호 여사는 부축을 받으며 식장에 들어섰다.

오후 2시 정각.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전 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지낸 연극배우 손숙씨의 사회로 국장 영결식이 시작됐다. 식장에 놓여진 김 전 대통령 영정은 3개의 하트 모양으로 장식된 국화꽃에 둘러싸였고, 영정 왼편 아래 쪽엔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졌다.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조사를,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조사와 추도사가 낭독되는 내내 이 여사는 고개를 떨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여사의 눈물은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영결식에 참석했지만 탈진하는 바람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홍업·홍걸씨도 때로는 하늘을, 때로는 땅을 쳐다보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YS,전두환 전 대통령 헌화=추도사에 이어 종교의식이 20분간 진행됐다. 최창무 광주대교구장이 집전하는 천주교의 제례를 시작으로 불교 기독교 원불교 순으로 식순이 이어졌다. 기독교를 대표해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엄신형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삼환 회장 등이 기도했다. 평소 김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이사야서 41장 8절과 15절 등도 낭독됐다.

헌화와 분향에는 이 여사와 유가족을 시작으로 주요 내·외빈이 참여했다. 김 전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군사정권 시절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마지막 예를 표시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권양숙 여사도 석 달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자신의 손을 잡은 채 오열했던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했다. 동교동계 4인방인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은 식장에 나란히 앉아 헌화하고 영결식을 지켜봤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는 헌화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와 이 여사에게 인사했다. 이 대통령이 헌화할 때 한 남성이 "위선자"라고 소리쳐 식장에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영결식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영상은 김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 선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 때 단결을 강조하며 목멘 목소리로 "국민들은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어 금모으기 운동, 외환위기 극복, IT강국 도약,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등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이어졌다.

◇운구차,국회 돌아보고 떠나=영결식은 3군 조총대가 21발의 조총을 발사하면서 1시간 10분간의 행사를 마쳤다. 사회자인 손 전 장관은 "이제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을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라고 울먹이며 영결식 폐회를 알렸다. 운구차는 국회 본관 앞, 의원회관 앞을 돌아보고 3시30분쯤 국회를 떠났다. 초청장을 받은 조문객들은 영결식 2시간 전부터 식장에 입장했다. 초청장이 없는 일부 시민들은 국회 안에서 밤을 지새기도 했다. 장의의원을 비롯해 각계 주요 인사, 시민 등 2만여명이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 줄 상당수 조문객은 한낮의 불볕더위를 피해 그늘진 공간을 찾아 영결식을 지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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