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교소식통은 25일 “북한 당국이 이달 초 억류 여기자 석방을 위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시점을 전후해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성 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9월중 북한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기자 문제와는 별개로 미국과 핵문제를 다룰 양자회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보즈워스 대표 초청카드를 미국에 제의해 왔다는 후문이다.
미국이 이를 수락할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후 첫 북미 당국간 공식협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보즈워스 방북 초청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 파견 및 청와대 방문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의 화해 제스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방북이 확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의 관심은 북한의 의도다. 미 정부는 그간 줄곧 북한이 의도한 북미 양자대화는 6자회담 틀내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섣불리 보즈워스를 북에 보낼 경우 6자회담 밖에서 대화하는 모양새를 띄게 돼 북한 의도에 말릴 수 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을 계기로 남북간에도 양자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풀리게 하는 유익한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6자회담 틀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다는 점에서는 어떠한 진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특히 의심스러워하는 것은 북한의 진정성이다. 북한의 최근 화해제스처가 유엔 제재를 통한 압박을 벗어나기위한 물타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차 북핵실험에 따른 유엔 제재 이후 북미간 대화가 급물살을 탔듯이 현재 분위기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경계하고 있는 듯하다. 필립 골드버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이 최근 아시아 순방길에서 대북제재를 더욱 압박하는 행보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6자회담 틀을 강조하는 것은 의장국인 중국 등 주변국의 입장도 감안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냥 6자회담을 교착상태로 내버려둘 상황도 아니어서 대북 압박과 함께 대화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약속을 담보하되 보즈워스 대표가 9월 초로 예상되는 아시아 순방길에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동의를 구한뒤 방북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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