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석유의 힘…新오일시대 시작되나

여전한 석유의 힘…新오일시대 시작되나

기사승인 2009-08-25 17:34:02
[쿠키 지구촌] 지난해 7월11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147.27달러까지 치솟았다. 시장에는 200달러 돌파가 시간문제라는 비관적 전망이 파다했다. 그러나 1년 뒤인 지난 7월11일 WTI는 절반 이하인 배럴당 59.87달러로 뚝 떨어졌다. 세계 경제위기 영향이었다.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진 현재 WTI 거래가는 다시 70달러선을 돌파했다. 1년여간 급등락한 원유가가 석유 생산국과 소비국에 미친 정치·경제적 여파는 거대했다. 21세기 신(新)오일시대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유전 굴착자 에드윈 드레이크 대령은 1859년 8월2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지하 21m에서 세계 최초 유정(油井)을 발견했다. 근대문명의 물질적 토대가 된 석유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지 150년. 석유시대 종말에 대한 미래학자들의 예언은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지만 오늘도 석유시대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저서 ‘황금의 샘(원제 The Prize)’에서 석유가 현대사에 미친 영향을 통찰했던 대니얼 예긴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소 소장은 포린폴리시 최신호(9·10월호) 기고문 ‘석유와의 긴 안녕(Oil·Long Good Bye)’에서 인류가 신오일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대체 에너지를 말하는 지금 석유의 정치, 경제적 중요성이 되레 배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오일시대에 석유는 자본재로 변신했다. 지난 몇년간 원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내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기자본은 물론이고 항공사 연금펀드 등이 분산투자라는 이름으로 선물거래에 뛰어들면서 원유시장은 금융시장과 긴밀히 통합됐다. 실제 하루 소비량의 10배가 넘는 장부상 원유가 매일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외거래까지 합치면 30배가 넘는다. 석유가 자본시장을 좌우하는 파워까지 거머쥔 것이다.

석유 수요가 세계화된 것도 극적 변화 가운데 하나다. 중국, 인도, 중동 등의 수요가 늘면서 미국, 유럽, 일본의 삼각축으로 운영되던 석유시장은 20년만에 신흥시장으로 확대됐다. 대표주자는 중국이다. 91년만 해도 원유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촉수를 뻗치는 원유 소비자로 변신했다. 수요의 세계화는 지정학적 대격변을 몰고 왔다. 일각에서는 석유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충돌하는 격돌 시나리오를 주장한다. 그러나 예긴 소장은 석유 확보를 위해 세계 각지에 투자한 중국이 대결보다는 협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을 내놓았다.

신석유시대는 지구 온난화와 뗄 수 없다. 석유의 운명은 대체 에너지 개발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에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의 활발한 투자는 긍정적 신호이지만 낙관은 이르다. 세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태양열, 풍력발전 등 대체 에너지 중 어느 것도 아직 완전한 석유 대체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희망은 되레 석유에서 찾을 수 있다. 어쩌면 가장 놀라운 혁명은 수요의 측면에서 일어날지 모른다. 미국의 에너지 효율성이 70년대 이래 두배로 높아졌듯 석유의 효율성을 높여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예긴 소장은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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