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상희 국방부 장관 서신 공개 “좌파정부보다 국방 등한시하나”

[단독] 이상희 국방부 장관 서신 공개 “좌파정부보다 국방 등한시하나”

기사승인 2009-08-27 20:30:00
[쿠키 정치] 이상희 국방장관이 국방 예산 삭감에 항의,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 내용 전문이 공개됐다. 예산 삭감에 따른 강한 불만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예산 증액 논리로 한·미 동맹과 주변국 동향, 군장병 목숨 등을 내세운 것은 자칫 협박성으로 해석될 수 있어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본보가 27일 입수한 서한은 지난 24일 작성된 4쪽 분량이다. 이 장관은 서한에서 “국방 예산은 아무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종적 예산 편성상의 국가 재정 증가율 이상으로 보장돼야 하며 그 이하의 수준일 경우 그 어떤 논리로도 이를 설명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경제 논리에 따라 안보조차도 희생할 수 있는 정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방 예산 삭감은) 장병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대북·대주변국에도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전·현직 미국 국방장관들의 발언도 인용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에는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낮은 국방비 투자를 지목하면서 한국이 한·미 동맹 관계에 무임승차(free-ride)하려 한다며 간접적인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며 “예산의 적정치 못한 배분으로 소중한 장병들의 목숨이 희생되는 불상사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또 “진보·좌파 정부라 불리는 지난 정부에서도 평균 8.9%의 국방비 증가를 보장했다”며 “과거 정부에 비해 현 정부가 오히려 국방을 등한시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서한에서 “대통령님의 최종적인 의사 결정 전에 오판이 되지 않도록 올바른 건의를 해야 한다. 통수권자가 결심하신 다음에는 복종과 시행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