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자민당 장기집권에 대한 심판은 너무 싱겁게 끝이 났다. 일본 열도를 위협한 11호 태풍 크로반도 "이젠, 바꿔보자"는 일본 유권자들의 표심을 막지는 못했다.
◇자민당 거물들 줄줄이 낙선=유권자들의 '변화' 바람에 자민당과 공명당 거물은 물론 전·현직 각료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29세에 정계에 입문, 49년간 의원직을 지켜온 가이후 도시키(78) 전 총리는 40세 아래인 의사 출신 오카모토 미쓰노리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전직 총리의 낙선은 1963년 이시바시 단잔 전 총리 이후 46년 만이다.
현직 장관으론 요사노 가오루 재무상과 최초 여성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노다 세이코 소비자행정상과 하야시 모투 재난관리상이 고배를 들었다. 전직 장관들 중에는 전체 후보 중 최고령인 나카야마 타로 전 외상(85),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재무상, 이부키 분메이 전 재무상 등이 낙선했다.
자민당의 호사다 히로유키, 공명당의 기타가와 가즈오 간사장이 나란히 탈락한 것도 이변이다. 호사다 간사장을 비롯한 자민당 3역은 선거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불출마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선거구를 세습한 차남 신지로는 부친의 후광 덕인지 변화의 칼바람을 피해 당선됐다.
'미녀 자객'들도 대어를 낚았다. 미녀 공천과 역공천으로 관심을 끌었던 자민당의 고이케 유리코(57) 전 관방장관과 민주당의 에바타 다카코(49) 전 도쿄대 특임교수 간 대결은 에바타의 승리로 끝났다. 시민운동가 출신 후쿠다 에리코(28) 후보는 규마 후리오 전 방위상을 물리쳤고, 유치원교사 및 아너운서 출신 아오키 아이(44)는 오타 아키히로 공명당 대표를 낚았다. 자민당내 최대 계파 마치무라파의 수장인 마치무라 노부타카 전 관방장관은 미녀자객 고바야시 치요미(40) 전 의원에게 무너졌다. 그러나 후지TV 기자 출신 미야케 유키코는 선거운동 내내 여론조사에서 리드했으나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관록을 넘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 축제분위기,누가 중용될까=민주당은 480석 중 157석에 대한 당락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 2시간20여분 만에 과반의석을 확정지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선거 결과가 확정되는 즉시 사회민주당, 국민신당과 함께 '3각연대'를 위한 대화에 나서는 한편 정부 요직인 핵심내각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요직인 국가전략국 담당상과 재무상, 관방장관, 외상 등과 당 간사장에 기용될 새 인물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들 자리에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기용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때문에 이들 자리에는 후지이 히로히사 최고고문,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 간 나오토 대표대행, 고시이시 아즈마 참의원 의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정치 컨트롤 타워격인 당 간사장에는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이 유력하다. 이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압도적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선거의 귀재인 오자와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무상은 과거 대장성 출신의 후지이 최고고문이 단연 유력하게 거론된다. 오카다 간사장은 민주당이 외교·국방에 약하다는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외상에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내각 대변인 관방장관에는 간 대표대행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높은 "바꿔" 열기=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각 투표소에는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졌다. 전국 대부분 투표소 앞에는 신종 플루 감염을 우려해 소독세척기를 설치했으며 마스크를 쓴 채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유권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투표열기는 '기일전 투표수'(한국의 부재자투표)에도 반영됐다. 선거 공시 다음날인 지난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간 전체 유권자의 13.4%인 1398만4866명이 기일전 투표에 참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중의원 선거 당시 896만2847명의 1.56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dhlee@kim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