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연수 정책 웨스트프로그램 ‘속빈 강정’

정부 해외연수 정책 웨스트프로그램 ‘속빈 강정’

기사승인 2009-08-31 21:14:01

[쿠키 사회] 정부의 대표적 청년 해외연수 정책인 웨스트(WEST.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이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참가자는 막대한 비용을 들였는데도 제대로 된 인턴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급으로 일하는가 하면 매월 생활비로도 부족한 월급을 받는 인턴도 수두룩하다.

외교통상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웨스트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어학연수 5개월, 인턴취업 12개월, 여행 1개월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참가비와 1년 생활비가 최대 2만7000달러(3300여만원)에 달한다.

31일 외교부 글로벌인턴지원단에 따르면 지난 3월 출국한 웨스트 1기 182명 중 46명(어학 실력에 따라 4∼6월말 연수 종료)이 연수를 끝냈지만 31명(72%)만 유급 인턴에 채용됐다. 7명은 무급 인턴으로 일하고 있고, 5명은 업체가 주는 수당(월 200∼500달러)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명은 어학연수가 끝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인턴 자리를 수소문하고 있다. 1명은 중도 포기했다.

유급 인턴으로 일하는 참가자는 시간당 7.25∼12달러를 받고 있다. 시간당 평균 8.93달러로 주 40시간을 일해도 한 달에 1429달러를 받는 셈이다. 어학연수비로 낸 비용 8300달러를 메우기는커녕 매월 생활비(약 1500달러)도 모자란 액수다.

심지어 오는 15일 어학연수가 끝나는 146명은 취업할 업체의 윤곽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참가자의 학부모들은 웨스트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자녀가 어학연수가 끝났는데 취업을 못하고 있다” “초조하고 답답하다”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에 대해 글로벌인턴지원단 관계자는 “미국 현지 경기가 좋지 않고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다 보니 인턴 구직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들어간 돈에 비해 인턴 구직이 쉽지 않자 최근 선발한 웨스트 프로그램 2기는 당초보다 인원이 크게 줄었다. 외교부는 2기로 100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4월 350명만 뽑는다고 수정 공고했다. 이마저도 채우지 못해 실제로는 159명만 선발했다.

참가자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자 외교부는 간부 월급을 모아 저소득층 학생(정부 지원 학생)을 지원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외교부는 1기 참가자 중 34명에게 지난 5월부터 4개월 동안 월 73만원씩 지원했다. 2기 참가자 56명에게는 4개월간 월 62만원씩을 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학생 연수취업 사업에 합의한 뒤 단기간에 성과 위주로 추진하면서 구체적 계획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연수취업 프로그램에 간 참가자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방향은 옳지만 좀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웨스트 프로그램이 ‘글로벌 리더 10만 양성’의 일환으로 추진한 정책인데도 참가자가 취업한 업체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참가자들이 보험회사, 대학교 등에 취업했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 업체 명단은 ‘영업 기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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