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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제주도 수험생들은 인하대에서 이제 마음 편히 시험 보세요!”
인하대(총장 이본수)가 제주지역 수시전형 수험생들을 위한 ‘역발상’ 제도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인하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4일 인하대 2010학년도 2차 수시모집에 응시하는 제주지역 수험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주지역에서 논술고사를 시행하기로 상호 지원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수시 논술전형 수험생들은 비행기 등으로 낯선 육지에 나와 시험을 치르던 관행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편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인하대의 이번 조치가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도 수험생들이 뼈아프게 느껴온 불편함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비행기로 인해 과거의 외딴섬 이미지는 많이 사라졌지만, 제주도민들은 대입·취업 등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출석이 필요한 면접시험을 위해 ‘비행기로 이동해야하는 거리감을 감수해야 했다.
우선 비행기로만 50여분을 이동해야 하는 자체가 ‘시험 당일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적어도 하루 전에 이동하고 숙소에서 묵고 시험장으로 향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것만으로는 다른 원거리 지방 수험생들도 느끼는 불편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기상여건’이라는 악조건이 더해져 수험생들에게는 고역이었다. 기상이 조금만 좋지 않아도 항공편이 결항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시험 2, 3일 전부터 미리 고사장 부근에 올라가 준비를 하는 것이 예사가 됐다.
경우에 따라 부모가 같이 동행하는 경우,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주지역민들의 하소연이다.
또 제주지역 수험생들은 이동이 자유로운 육지 학생들과는 달리 수시에서 2개교 이상을 지원하는 경우 일주일 이상의 숙박비 부담 등 경제적 부담으로 기회 제한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인하대에서는 이번 수시 2-1전형부터 수험생들이 이동하는 대신 입시 관계자들이 제주도로 이동하여 시험 전형을 치르는 ‘역이동’제도를 택하기로 했다. 인하대 측이 이 같이 결단을 내린 것은 수험생들이 대학 입시의 고객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의 도입에 대해 인하대 이익모 입학처장은 “그동안 제주지역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들과 수험생들이 수시모집과 관련하여 애로사항을 토로해 왔다”며 “제주지역 수험생들이 교통과 기상의 이중 부담을 지는 대신 편하게 시험을 치러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방훈 제주특별자치도 자치행정국장은 “지금까지 제주지역 수험생들이 타 시도 대학의 수시모집에 응시하기 위해 시간적·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감수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인하대와의 협약을 계기로 타 시도 소재 대학들의 수시모집 시험을 제주지역에서 치를 수 있도록 대학들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남주고 3학년 부장교사인 김관욱(46)씨는 “지역적인 여건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학생 및 학부모의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이제 제주지역에서 편히 시험을 볼 수 있어 기쁘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녕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배은경(18)양은 “여관이나 친척집 등 불편한 곳에서 며칠씩 불안하게 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안정되고 경제적 부담도 없어져 좋다”며 “인하대의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배려는 앞서가는 대학의 표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하대는 수험생과 재학생을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로 인식, 전공 선택권을 널리 보장하기 위해 전과제도 등을 적극 허용해 오고 있다. 인하대는 송도글로벌캠퍼스 추진과 함께 ‘세계대학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인천=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