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카드로 통한다?…금융회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 나와

복지는 카드로 통한다?…금융회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 나와

기사승인 2009-09-07 17:38:01

[쿠키 사회] 서울 구의동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최근 원치 않는 신용카드가 2개 늘었다.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인 김씨는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 KB카드의 ‘고운맘카드’를, 둘째 아이의 보육료를 지원받기 위해 신한카드의 ‘아이사랑카드’를 만들어야 했다. 김씨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 불필요한 신용카드를 만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복지 정책에 신용·체크 카드를 이용하는 전자바우처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전자바우처 도입으로 복지 전달 체계가 투명해지고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정부가 카드 발급을 권하면서 금융회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달부터 아이사랑카드를 전면 도입했다. 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지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학부모가 만든 카드에 이용권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해 보육료를 결제해야 하는 탓에 학부모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구의2동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홍모(47·여) 원장은 “맞벌이 부모는 아이에게 카드를 보내는데 카드를 잃어버리는 일이 잦다”며 “체크카드는 아예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간다”고 말했다. 보육료 지원 대상으로 확정되기 전에 카드부터 발급되는 일도 있다. 공덕동에 사는 임모(31·여)씨는 “지난달에 아이사랑카드를 신청해 발급 받은 상태지만 정작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전면 도입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아이즐거운카드(유치원 학비 지원카드)는 신청자가 원하면 금융기능(신용·체크 카드 기능)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금융창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강권하는 사례가 잦다.

지난해 12월 도입된 고운맘카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 발급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높다. 중계동에 사는 유모(30·여)씨는“지난달 고운맘카드를 체크카드로 발급받기 위해 국민은행을 찾았지만 은행 직원이 신용카드 발급을 종용해 얼굴을 붉혔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전자바우처 사업으로 신규 고객 유치는 물론 수수료 수입까지 챙긴다. 고운맘카드 사업을 하는 KB국민은행은 카드 가맹 병원마다 사용액의 1.5∼2.5%를 수수료로 받는다. 고운맘카드 발급은 연간 60여만건(1300억원)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76만여건이 발급된 아이사랑카드는 정부가 가맹 어린이집의 부담을 덜기 위해 카드 수수료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시민단체는 정부 예산으로 카드 수수료를 내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신용불량자인 저소득층에게는 전자바우처가 장벽이다. 금융기관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강권하는 것도 문제다. 전자바우처의 장점을 살리는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남미래 대학생 인턴기자(숙명여대)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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