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해가 지고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함께 걸으며 삶의 희망을 주고받은 참가자들 얼굴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 국민일보와 한국생명의전화가 공동 주최한 '2009 생명사랑 밤길걷기-해질녘서 동틀 때까지' 행사가 11일 서울광장과 청계천 일대에서 1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배한성씨의 사회로 열린 식전행사부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영훈 한우리공동선실천연대 이사장 등 내빈들은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생명을 건 도전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악인 박영석씨도 5㎞ 구간을 함께 걸으면서 참가자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박씨는 "목숨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생명 존중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랑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준비운동으로 몸을 푼 뒤 '내 인생을 사랑하자(러빙 마이 라이프)'고 적힌 밴드를 손목에 착용했다. 밴드는 자기 자신, 사랑하는 사람, 자살 없는 사회 등 걷는 이유에 따라 각각 다른 색깔을 띠고 있었다. 색은 달랐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무게감은 동일했다.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안전 장치도 눈에 띄었다. 행정안전부 안전 지침에 따라 입구에는 발열감지기와 함께 소독 터널을 설치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참가자들이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희망의 메시지를 적은 봉지는 서울광장 잔디 위에 하트 모양으로 늘어섰다. 육군 생명의전화도 부스를 마련하고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자살 현황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홍보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 플루의 영향으로 33㎞ 코스를 취소하고 5㎞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9월10일을 기념한 9.10㎞ 코스만 진행했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걸었다.
아내, 두 자녀와 함께 9.10㎞를 걸은 최효진(42)씨는 "처음 참가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길었고 비까지 맞았다"면서도 "가족들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걸어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아들 현석(14)군도 "처음에는 아버지가 걷기행사에 참여하자고 해서 부담이 됐다"면서 "하지만 예전엔 생각하지 않았던 삶에 대해 부모님과 얘기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거들었다.
짧게는 1시간30분에서 길게는 3시간여를 걸어 서울광장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조약돌에 자신의 슬픈 기억을 적어 인공연못에 가라앉히는 '새드 스톤(SAD stone)' 행사를 끝으로 광장을 떠났다.
밤길걷기에는 남성 3인조 SG 워너비, 록밴드 노브레인과 영화배우 강신일씨 등 연예인들도 참가했다. 참가자들이 낸 후원금은 자살 위기에 처한 이웃들에 대한 지원과 자살 예방 사업 등에 쓰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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