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중국 하얼빈대학교에 다니는 김모(27)씨는 지난 7월말 하얼빈시 미용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미용사 고모(30)씨에게 DVD 1장을 받았다. 고씨는 "영화 해운대니까 한 번 봐라"고 했다. 김씨는 별 생각 없이 DVD를 들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한달 뒤인 지난달 27일 김씨는 DVD를 책상 서랍에서 꺼냈다. 영화 해운대가 누적 관객 1038만명을 기록한 날이었다. 김씨는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 7곳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곳에 영화를 올리면 다른 회원이 내려받을 때 낸 포인트 일부가 게시자 몫으로 적립된다. 김씨는 경찰에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술을 마시고 그냥 올렸다"고 말했다.
파일공유 사이트에 동영상 한 편이 올라가는 데는 꼬박 하룻밤이 걸렸다. 전송 속도가 낮은 중국의 인터넷 환경 때문이다. 김씨는 다음날에도 밤새 다른 파일공유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렸다. 두 사이트에 올려진 동영상은 여러 차례 내려받기, 올리기를 거치면서 10만차례 이상 다운로드됐다.
김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겁을 먹고 지난달 29일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탈퇴했다. 금전적 이익은 거의 없었다. 영화 해운대 공동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DVD와 비디오 등의 부가 판권을 고려했을 때 약 18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7일 김씨와 고씨를 붙잡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고씨에게 해운대 DVD를 건넨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음향기술자인 김모(30)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7월17일 비자 문제로 한국에 왔던 중학교 동창 고씨에게 영화 DVD를 건넨 최초 유출자다. 그가 넘겨 받은 영화 영상은 시각장애인용 음성 해설 녹음을 위해 제작사가 개봉 전 제공한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저작권 침해에 별다른 불법 의식을 느끼지 않았다"면서 "동영상에 출처 또는 유출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영화 제작사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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