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멧돼지가 서울 주택가로 돌진해 소방대원 2명이 다치고 주민 수십명이 대피했다. 경찰 및 소방대원과 2시간 넘게 추격전을 벌인 멧돼지는 총탄 6발과 쇠몽둥이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19일 오전 6시50분쯤부터 서울 종로경찰서 상황실로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수화기 너머 신고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도움을 청했다. "여기 구기동인데요, 멧돼지가 집 앞을 뛰어다니고 있어요. 어떻게 좀 해주세요!"
몸무게 200㎏ 가량의 진회색 멧돼지는 오전 1시쯤 서울 평창동에서 처음 목격됐다. 밤새 자취를 감췄다 낡이 밝은 오전 6시쯤 구기동 주택가에서 다시 사람 눈에 띈 것이다. 출근하거나 운동하러 나선 길에 멧돼지와 마주친 수십명은 경악했다. 뿔뿔이 흩어져 큰 길이 나올 때까지 뛰거나 집으로 돌아가 대문을 걸어잠갔다.
인근 지구대 경찰관 7명과 타격대원 8명, 소방대원 8명이 출동했다. 권총과 쇠몽둥이로 무장했다. 미로 같은 주택가에서 사람과 멧돼지가 쫓고 쫓기기 시작했다.
새검정지구대 이주현 경사 앞에 나타난 멧돼지는 기세 등등했다. 너비 3m 정도의 골목길에서 이 경사는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권총을 꺼내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은 거친 파열음과 함께 멧돼지의 우측 목 부위를 파고 들었다. 피가 흘렀지만 기세는 꺽이지 않았다. 멧돼지는 몸을 틀어 방향을 바꾸더니 다시 내달렸다.
멧돼지는 도로로 돌진하다 김모(47·여)씨가 몰던 스포티지 승용차 왼쪽 앞 범퍼를 머리로 들이받았다. 범퍼는 완전히 부서져 시멘트 길바닥 위를 나뒹굴었다. 김씨는 "퍽 소리가 나서 자세히 보니 사람보다 더 큰 멧돼지였다"고 전했다. 주택가로 돌아간 멧돼지는 문이 열린 집을 드나들며 추격자를 따돌리려 했다.
그 뒤를 따라붙은 경찰이 3발을 더 쐈다. 옆구리와 어깨에 명중했다. 타격대원들이 달려들어 쇠몽둥이로 내려쳤다. 멧돼지는 꽥꽥거리며 발버둥쳤다. 소방대원 1명이 팔뚝을 물려 경상을 입었다. 또 다른 소방대원은 다리를 물렸다. 옷이 뜯겨 나갔으나 크게 다치진 않았다. 멧돼지는 오전 9시8분쯤 2발을 더 맞고서야 쓰러졌다.
소방 당국은 북한산 기슭에 사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생포하면 좋았겠지만 총을 맞고도 산으로 가지 않고 계속 민가를 돌아다녀 어쩔 수 없이 사살했다"고 말했다. 구청에 넘겨진 멧돼지 사체는 소각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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