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0일 큼지막한 패널을 하나 들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원내 대표실에 나타났다. 패널에는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자 불법 의혹 사항'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를 토대로 21일부터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갖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패널에는 정 후보자가 위장전입, 병역기피, 다운계약서, 탈세, 논문실적, 기타에 해당한다는 의미로 6개 칸에 검정색 원이 그려져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과거 정부에서는 4∼5개 해당된다면 낙마했다"며 "정 후보자는 가장 많은 의혹 사항에 해당돼 '별이 6개'라는 웃지 못 할 별명이 붙었다"고 목청을 높혔다.
민주당은 우선 정 후보자의 탈세 의혹 2건을 추가했다. 정 후보자가 인세수입 신고 누락과 아파트 다운계약서를 통해 각각 수천만원대 탈세했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위원인 김종률 의원은 "지난해까지 5년동안 정 후보자가 자신의 저작물에서 올린 1억5097만원의 인세 수입을 소득신고에서 누락시켜 종합소득세 누진과세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수천만원대 종합소득세를 탈루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19일 정 후보자가 2003년 재건축 아파트의 토지가격을 매수금액 9억9500만원보다 낮은 1억4000만원만 정부에 신고해 5200만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재건축 아파트의 토지부분에 대한 세금은 관계법령에 따라 정하는 세율에 따라 납부했다"며 "건물분 취득·등록세도 구청의 일괄 고지와 과세에 따라 완납했다"고 즉각 반박했다.
최재성 의원은 "국내외에서 발표된 논문중 총 23편이 중복 게재된 의혹이 있다"며 "특히 이 가운데 한국경제 및 외환위기(IMF) 관련 주제를 다룬 논문의 경우 모두 13편이 이중게재 및 다중게재, 짜깁기로 서로 얽히고 설켜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가 1998년 발표한 논문 '한국경제, 거품의 붕괴와 제도개혁' '한국 자본주의의 전환을 위한 제언'과 2001년 논문 'IMF 구제금융 이후의 한국경제'의 경우 별도 표기없이 중복 게재됐다.
부인이 지난 88년 2월5일주소지를 경기 포천시 내촌면 마명리로 옮겼다가, 같은 해 4월 1일 다시 원래 주소인 서울 방배동으로 이전한 데 위장전입 의혹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측은 "전원생활을 염두에 두고 주소지를 잠깐 옮겼으나 돈도 없고 거리도 멀어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또 2007년 11월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인터넷서점 '예스24' 고문 겸직으로 9583만원의 급여를 받았으다 대학 당국의 허가를 밟지 않았다. 정 후보자의 병역 면제도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68년 부친이 없는 외아들라는 이유로 한 차례 징병검사를 연기, 70년 재검을 받아 이듬해 다시 보충역으로 판정받았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요구받은 자료 257건 중 156건(60.7%)을 아예 제출하지 않거나 무성의하게 답변했다고 비난했다. 강운태 인사청문회 팀장은 "정 후보자의 외국 회사 자문료 수입과 화가인 부인의 수입 내역을 요구했는데 '현재 확인 중'이라는 답변이 왔다"며 "우리는 사설 탐정이 아닌데 자료를 안줘서 밖으로 빙빙 돌며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