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갈림길에 선 오바마

아프간 갈림길에 선 오바마

기사승인 2009-09-22 16:41:01
[쿠키 지구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략에 대한 갈림길에 섰다.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 사령관의 다급한 증파 요청에 대해 오바마는 “병력 증파가 능사는 아니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아프간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불과 6개월 전의 결연한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66쪽의 보고서를 통해 “아프간 자체 치안 능력이 갖춰지는 동안 미군이 주도권을 잡는 데 실패한다면 탈레반 격퇴는 불가능할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21일 CBS 토크쇼에 출연해 “아프간에 대한 전략이 분명히 서기 전까진 추가 파병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가장 중요한 전략은 미국인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 카에다를 붕괴시키는 것이 나의 핵심 목표”라고도 했다.

이는 오바마의 아프간 전략이 아프간 주민 보호에서 알 카에다 소탕과 미국인의 안전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AP통신은 오바마 행정부가 아프간에서 미군 병력을 증강하는 대신 파키스탄에서 원격조종장치를 이용해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 소탕작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프간 전쟁이 대규모 지상전에서 광범위한 공대지(空對地) 전략으로 선회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전략 수정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군사 작전 축소, 알 카에다 지도자 제거 쪽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도 병력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군 사상자 증가로 국내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은 전략 수정안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오바마 자신이 취임 후 2만1000명을 증파하며 아프간 전쟁을 ‘필요한 전쟁’이라고 했음을 감안하면, 현지 사령관 요구를 뿌리치기도 어렵다. 오바마의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다.

영국도 아프간 추가 파병 문제가 고민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2일 “고든 브라운 총리가 1000명의 병력을 아프간에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자유민주당은 영국 주요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소득 없는 아프간 전을 끝내자”며 파병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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