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 광주 학운동 장경희

제69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 광주 학운동 장경희

기사승인 2009-09-23 20:27:00

[쿠키 사회] “가족도 없고 오갈 곳도 마땅찮은 중증장애인들이지만 제가 도움을 주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이들을 돌보려니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다부진 몸이지만 금세 눈물이 흐를 것 같은 큰 눈망울. 애띤 얼굴에 선한 눈매를 가진 늦깎이 사회복지사 장경희(38·광주학운동주민센터 지방사회복지 8급)씨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긴다.

조선대 ROTC 32기로 1994년 육군 소위에 임관될 당시 장씨 소원은 별을 달고 많은 부하들을 호령하는 것이었다. “번호판에 별을 단 지프차에 앉아 군복 차림에 지휘봉을 든 장군이 어릴 때부터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는 그는 최전방인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리에서 제12사단 공병장교로 근무했다. 하지만 형편 때문에 직업군인의 꿈을 접고 소령으로 예편,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9월 광주여자대학교 기획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인생 행로는 과거에 머물지 않았다. 주말마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봉사활동에 참여한 그는 참된 삶의 의미를 깨달았고, 그 곳에서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 김미숙(37)씨도 만났다. 단란한 가정을 꾸린 그들은 나란히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 헌신하자”고 함께 결심했다.

35살이었던 그는 2006년 8월 번듯한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광주 충장동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3년차 사회복지 공무원인 그는 지난해 학운동복지센터로 옮겨왔다.

부인 역시 장씨가 근무중인 주민센터 근처 학동 행복재활원에서 중증 장애인 200여명의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3년6개월동안 507시간20분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사실도 얼마전에야 알았어요. 무연고 중증 지체장애인 2명과 집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제가 그들을 데려다가 보살피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하지 마세요. 600여세대의 기초수급자와 콩 한조각이라도 나눈다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업무에 매달려왔을 뿐입니다”

장씨에게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2년전 7월 한 병원에서 일어났다. 몇년째 병상을 지키며 홀로 투병하던 정신 장애자 고모(50·여)씨에게 호적등본과 제적등본 추적을 통해 25년 전 헤어진 언니를 만나게 해 준 것이다. 이후로도 5명의 중증 장애인을 따뜻한 가족의 품을 돌려보냈다. 그늘진 곳에서 질병에다 가난으로 신음하는 그들이 가족조차 제대로 지킬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이 너무 가슴 아파 시작했던 일이다.

힘들 일과에도 그의 얼굴은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자신을 만나는 장애인들이 삶의 희망을 잃지 않도록 밝은 인상을 보여줘야겠다는 노파심에서다.

사회복지사 선배들과 오카리나 동아리 ‘그루터기’를 만들어 이따금 자선공연에 나서는 그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부부 사회복지사로서 평생 봉사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장씨는 24일 오후 국민일보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가 공동주최하는 새내기 사회복지상 제69회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상을 받는다. 광주=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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