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동부 아프리카가 기아에 신음하고 있다. 올 12월까지 긴급 지원이 없으면 2000여 만명이 굶어 죽을 지경이다. 수 년에 걸친 가뭄과 흉작, 정치적 분쟁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이 지역 식량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 보도했다.
국제 아동권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지금까지 이 정도로 크고 혹독한 식량위기가 닥친 적이 없다”며 “이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어린이들”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연말까지 구호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수단, 우간다, 에리트레아, 지부티 동아프리카 7개국에서 2000만∼2300만명이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6년 당시 최악의 위기 상황보다 두 배나 심각해진 것이다. 유엔 세계 식량 프로그램(World Food Programme)은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30억 달러(약 3조5610억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가 지원이 없으면 케냐와 소말리아 인구 절반이 희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냐의 식량 위기는 가뭄과 정치적 소요에서 왔다. 케냐 전역의 우물 절반 이상이 말라 붙었다. 물을 구하기 위해 땡볕에 30㎞를 걷는 것은 예삿일이다. 한 주민은 “물이 오염돼 마실 수가 없다. 아이들이 설사로 아프다. 하지만 이 마저도 종일 걷지 않으면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케냐의 주식인 옥수수 생산량은 평년보다 28% 줄었다. 우간다도 최근 수년간 흉작이 이어져 100만명이 식량위기에 노출돼 있다.
에티오피아는 전염병과 전쟁 중이다. 이달에만 1주일 사이에 급성 설사를 동반한 전염병 1354건이 발생, 3명이 사망했다. 농작물 수확량도 75%나 줄어들어 구호식량 의존인구가 현재 130만명에서 62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절반이 어린이들이다. 18년째 내전 중인 소말리아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360만명이 식량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엘니뇨 현상에 따른 홍수 피해가 예상돼 식량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동아프리카 지역은 해마다 12월에 폭우가 쏟아져 논밭이 유실되고 산사태 등이 일어난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빈민구호단체 옥스팜(Oxfam)은 동아프리카 기아문제 해결을 위해 1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옥스팜은 “이미 수천마리의 동물이 죽었다.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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