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이란이 제2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를 시인한 이후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중·단거리 미사일에 이어 27일에는 사거리 1200∼2000㎞의 장거리 미사일 샤하브-3를 시험 발사하는 등 서방세계를 향해 연일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이스라엘과 유럽 일부지역, 미국 동부지역 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다. 29일에는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란 대표가 "이란은 우라늄 농축 작업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이란의 주권"이라는 강경입장을 천명했다.
미국이 에너지 금수 등 추가 강경책을 준비하는 상황에 맞선 이란의 초강경 태도에 어떤 노림수가 숨겨져 있는지 서방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우선 이스라엘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란 외무부는 혁명수비대 훈련의 일환일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발사 시기가 유태인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속죄의 날)'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 1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6개국(P5+1)과의 제네바 회담을 앞두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새 우라늄 시설 공개로 인한 수세를 만회해 보려는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6월 대선 부정선거 시비로 입지가 약해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서방 강국들에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란 국민들은 외부세계 압박이 거세질 때면 정부의 인기가 낮더라도 반외세 기치로 뭉쳤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이란 핵개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등 현 정부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타임은 이란이 제네바 회담 전까지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러시아 입장이 강경 쪽으로 가고 있어 이란의 무력시위가 역효과 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제2 우라늄 농축시설의 위치를 놓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이 시설이 테헤란에서 160㎞ 떨어진 콤시 북쪽에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콤에서 30㎞ 남쪽에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는 미국 등의 시설 공개 주장에 이란이 선뜻 응한 배경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지목한 콤 남쪽 시설을 공개함으로써 진실을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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