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본 것 같은 ‘300’…‘애국가 시청률’에 체면 구긴 신동엽

어디선가 본 것 같은 ‘300’…‘애국가 시청률’에 체면 구긴 신동엽

기사승인 2009-10-06 16:27:00

[쿠키 연예] 특급 MC 신동엽이 체면을 구겼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 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5일 저녁 10시 첫 방송한 SBS ‘신동엽의 300(이하 300)’은 전국 일일시청률 3.1%를 기록했다. 소위 ‘애국가 시청률’ 수준이다. MBC ‘선덕여왕’을 정조준한 SBS의 월화 예능 프로그램 강화 정책이 가을 개편 첫날부터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시청률 부진은 빙산의 일각이다. MBC ‘무한도전’이나 ‘황금어장-라디오스타’,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등도 방송 초기 시청률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300’의 문제는 표절 논란이 연상될 정도로 식상한 형식을 신동엽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데 있다.

‘300’은 2지선다형 앙케이트 질문에 대한 방청객 300명의 대답을 출연자가 맞추는 것으로 진행된다. 앙케이드 퀴즈 형식은 KBS ‘1대 100’과 닮았고, 방청객 심리를 유추하는 것은 SBS ‘퀴즈 육감대결’과 유사하다. 솔직한 답변을 요구하는 모습은 QTV ‘더 모멘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가 연상된다. ‘300’이란 프로그램 제목도 영화 ‘300’과 똑같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더라도 식상한 것 투성이다.

첫 방송에 등장한 ‘최근 일주일동안 야동 본 적 있나?’ ‘일제 강점기 때 살았다면 독립투사가 될 것인가, 숨죽여 살았을까?’ 등의 질문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앙케이트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방청객과의 소통은 수준 낮은 질문으로 인해 증발됐고, MC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희화화된 몸짓과 코멘트를 동원했다. ‘300’ 첫 방송의 모습이다.

△시청자 평가가 좋다?=시청률 3.1%에도 불구하고 ‘300’ 첫 방송은 일부 연예매체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들 매체들은 신동엽의 진행 능력에 대해 사자성어를 섞어가며 칭찬했고, 시청자들의 호평을 실었다. 한 자릿수 시청률을 근거로 숱한 드라마에 대해 위기 운운하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반면 6일 오후 현재 ‘300’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시청자들의 평은 고작 40여건이 전부다. 이마저도 전부 호평이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300’에 대해 공감을 표하는 시청자가 있었으나 실망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포맷 전환 시급=최근 SBS는 MBC ‘선덕여왕’을 추격하기 위해 월화드라마를 저녁 9시대로 이동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10시대로 편성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동안 SBS가 주말드라마를 9시대에 배치, 선전한 것을 감안하면 월화드라마는 시청률 10% 내외를 충분히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00’이다. 첫 방송 수준의 식상한 포맷이 지속되고, 시청률 부진이 겹칠 경우 도리가 없다. 방송가 거물로 떠오른 신동엽을 위한 배려도 하루 이틀이다. 방청객 300명에 들어가는 출연료만도 회당 2000여만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최근 지상파는 드라마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더욱 시청률이라는 칼날을 들이댄다. 드라마는 시청률이 저조하더라도 대중예술 범주의 마니아 드라마로 포장될 수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이내 폐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상업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5% 내외 시청률이 지속될 경우 ‘300’은 위기를 맞을 확률이 높다. 신동엽의 고군분투가 빛나기 위해서는 포맷 전환과 더불어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소재 선정이 시급하다. MBC ‘선덕여왕’의 인기는 핑계에 불과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