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인천 문학구장에 내린 비를 가장 반긴 쪽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KIA가 아니라 KBL(한국농구연맹)이었다. KBL은 15일 오후 7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2009∼2010 KCC 프로농구 전주 KCC와 원주 동부의 개막전을 갖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PO 승부가 당초 예정대로 13일에 끝났다면, 프로농구 개막전은 한국시리즈 1차전과 일정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
개막전이라고 하더라도 프로농구는 팬과 언론의 관심 등 흥행의 모든 면에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KBL로서는 프로야구 PO나 한국시리즈 1차전 때 비가 오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13일 KBL의 소원대로 ‘하늘’이 움직였다.
14일 KBL 이훈상 홍보마케팅팀장은 “포스트시즌 일정을 재조정해야 하는 KBO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KBL에는 정말 고마운 비였다”며 “더 많은 팬들에게 프로농구의 개막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허재(KCC) 감독과 강동희(동부) 감독이 벤치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개막전은 MBC-ESPN이 중계한다.
KBO 이진형 홍보팀장은 “13일 비는 KBL이 몰고 온 것같다”며 “포스트시즌 일정을 재조정한 것 말고는 KBO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도 없기 때문에 프로농구 개막전이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를 번갈아가며 중계하고 있는 방송사들도 희비가 교차했다. 13일 경기를 중계하다가 중단한 SBS가 최대 ‘비 피해자’다. 14일로 순연된 PO 5차전을 다시 중계할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한국과 세네갈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오후 8시) 중계와 겹쳤다. 결국 SBS는 프로야구를 포기하고, 축구를 중계하기로 했다. SBS는 대한축구협회와 51억 1000만원에 올 하반기 A매치 5경기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세네갈전 중계를 포기하면 10억원 넘는 돈을 날리게 된다. SBS가 포기한 PO 5차전 중계는 순번에 의해 MBC가 잡았다. 16일로 순연된 한국시리즈 1차전은 SBS가 중계한다.
13일 프로야구 PO 5차전, 14일 축구 A매치, 15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통해 사흘 연속 스포츠 중계로 시청률 대박을 노렸던 SBS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14일 시청률 경쟁에서 축구 A매치가 프로야구 PO 5차전에 밀리기라도 한다면? 하늘을 원망해야 할 SBS가 땅을 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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