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24+본 시리즈=‘아이리스’… 블록버스터 짬뽕 드라마

쉬리+24+본 시리즈=‘아이리스’… 블록버스터 짬뽕 드라마

기사승인 2009-10-19 15:42:01

[쿠키 연예] 무려 200억여원에 달하는 제작비로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린 KBS ‘아이리스’가 14일 베일을 벗었다. 일단 시청률은 성공적이다. 1∼2회가 시청률 20% 고지를 넘었다. 이병헌과 김태희를 내세운 캐스팅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의 웅대한 스케일의 효과도 톡톡히 봤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있는데=시청률은 호조로 출발했지만 ‘아이리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만나는 대작이라는 호평 뒤에는 부실한 내구성과 클리셰(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 반복을 지적하는 혹평 또한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소재의 국내외 작품이 연상되는 이유로 ‘샘플링 드라마’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붙었다.

실제 ‘아이리스’의 기본 구도인 남북 정보기관의 대결은 영화 ‘쉬리’와 유사하다. ‘아이리스’의 배경인 NSS(국가안전국)는 MBC ‘개와 늑대의 시간’의 국가정보원과 닮았고, 남자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첩보전은 영화 ‘본(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숨 막히는 첩보전 안에 내포된 반전 또한 미국 드라마 ‘24’, ‘앨리어스(Alias)’ 등이 떠오른다. 이병헌과 김태희, 정준호의 엇갈리는 삼각관계는 SBS ‘올인’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병헌과 김영철이 함께 출연하고, 그룹 신화 출신의 에릭처럼 빅뱅 출신의 탑이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인다는 모습은 영화 ‘달콤한 인생’의 캐스팅 라인과 닮았다.

하지만 이는 비단 ‘아이리스’ 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숱한 첩보물도 ‘아이리스’처럼 ‘짜깁기’ 비판에 직면한다. 기본적으로 국가 정보기관의 대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르적 한계 탓이 크다.

문제는 판에 박힌 스토리 라인과 클리셰 반복이다. ‘아이리스’는 시작부터 남녀 주인공의 사랑 코드를 스토리 라인 전면에 앞세웠다. 반면 첩보물의 핵심인 내러티브의 인과 관계는 도외시됐다. 자칫 스케일만 크고 전문성 없는 평범한 드라마로 전락할 수 있다. 잦은 클리셰 반복에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이 식상해 할 수 있는 것도 위험요소다.

△그래도 잭팟은 떼논 당상=최근 영화계 한 관계자는 “불경기로 인해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엎어진 한국영화가 한두 편이 아니다”라며 “스타들도 TV와 CF로 몰리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헌과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등 영화계 블루칩 배우들이 ‘아이리스’에 모인 이유가 쉽게 설명된다.

미국 할리우드 진출로 최고의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병헌을 제외하면 김태희와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등은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충무로와 여의도가 모두 20대 트렌드에 맞춰져 작품 선택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김태희는 아직도 연기력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이병헌의 후광에 어느 정도 기댈 필요가 있다.

다행히 ‘아이리스’는 손쉽게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은 다져놨다. 비록 MBC ‘맨땅에 헤딩’과 SBS ‘미남이시네요’의 부진을 틈탄 ‘빈집털이’ 수준이지만 화려한 볼거리로 시청률 30% 고지는 손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과 김태희는 안방극장 흥행 배우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아이리스’는 200억여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인 덕에 초호화 캐스팅과 스태프를 자랑한다. 애초 국내 시장으로 한정된 작품도 아니었다. 국내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중견인 양윤호 감독이 공동연출로 참여한다. 국내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영화홍보사가 홍보를 담당하는 것도 이채롭다.

이병헌은 아직 일본에서 한류 특수를 노릴 수 있는 스타다. ‘아이리스’는 현재 일본을 비롯, 아시아 수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 작품성과 별개로 대중성 하나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획성 상품이 ‘아이리스’인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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