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양아 78% "백인이고 싶었다""

"한국 입양아 78% "백인이고 싶었다""

기사승인 2009-11-10 04:15:00
[쿠키 지구촌] 미국 텍사스 샌 안토니오에 사는 김은미 영씨(48)는 어릴적부터 ‘다른 걸’ 싫어했다. 아버지가 한국 관련 기록이나 사진을 집으로 가져와도 무시했다. 1961년 입양돼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조지아주 캔자스주 하와이주에서 자란 그는 아시아계 소년들이 주변에 많았지만 백인 아이들하고만 사귀었다.

영씨는 “백인 외에 내 자신을 다른 인종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10대 시절을 회고했다. “한국인로서 정체성을 느껴보지도 못했다”고도 했다. 그러다 30대가 돼서야, 자신이 한국뿌리를 찾기 시작했고 어느날 생일 파티후 남편 앞에 쓰러져 주체하지 못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어디에 있을까? 왜 나를 키우려고 하지 않았을까?”

영씨 처럼 한국전쟁 직후부터 2007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숫자는 16만명으로 미국내 한인의 10%나 차지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영씨가 겪는 정체성 혼란은 한국 입양아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에반 도널드슨 입양연구소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179명을 조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78%가 아동시절 자신을 백인이라고 생각하거나 백인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또 60%는 중학생이 돼 인종적인 정체성이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61%는 성인이 돼서야 한국 문화를 알려하고 자신들을 낳아준 부모들을 찾아나섰다고 했다.

한국 입양아들은 백인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자란 탓에 자신들과 피부색이 같은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보고서는 입양아들이 어릴적부터 괴롭힘과 함께 인종적인 차별을 받았는데 특히 교사들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았음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놀라운 점은 피부색이 같은 아시아계로부터 환영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극소수였다는 것으로 이 결과 많은 입양아들이 그들의 인종적인 정체성과 타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분석됐다.

입양아들이 성인이 돼 뿌리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놓고도 양부모들과 겪는 갈등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니퍼 타운(33)씨는 “양부모들은 그런 걸 자신들을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양어머니는 가계의 뿌리를 중시해 스웨덴을 찾아나서면서도 내가 누구인 지를 알기를 원하면 화를 낸다”고 토로했다.

또 어렵사리 한국을 찾은 입양아들은 또 다른 벽에 부닥치기 일쑤다.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조엘 발랜타인(35)씨는 외할머니를 만났지만 한국에 오기전 한국어를 배우지 않았다며 몹시 나무랐다고 회고했다.

“할머니는 나를 입양시킨 사람 입니다.그래서 이 문제로 할머니와 티격태격했구요. 떠나는 날 할머니는 다시 찾아오려거든 한국어를 배워오라고 하셨습니다.”

애덤 포트만 에반 도널드슨 입양연구소 사무총장은 “한국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입양된 아이들이 건전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입양정책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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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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