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TV에서는 블루칩, 가수로서는 거품주’… 허당의 허상

이승기 ‘TV에서는 블루칩, 가수로서는 거품주’… 허당의 허상

기사승인 2009-12-01 14:46:00

[쿠키 연예] 가수 이승기의 행보가 이상하다. 연말 콘서트 준비 정도를 제외하면 본업인 가수 활동 자체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2년 만에 발표한 정규 4집 음반은 타이틀 곡 ‘우리 헤어지자’만 소개하는 선에서 일단락 됐다. 후속곡은 아예 시도하지도 않았다. 2009년 최고의 상종가를 올린 이승기답지 않다.

△표절 논란에 발목=올해 이승기는 연예계 최고의 아이콘 중 하나다. 지난 7월 종영한 SBS ‘찬란한 유산’은 최고 시청률이 47.1%까지 치솟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평균 시청률은 무려 31.9%에 달했다.

모든 이목은 당연히 주연인 이승기와 한효주로 집중됐다. 한효주가 성장 잠재력이 폭발한 정도로 묘사됐다면 이승기는 ‘시청률 70%의 남자’라는 예찬이 쏟아졌다. ‘찬란한 유산’과 KBS ‘해피 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평균 시청률을 합한 수치가 70%를 넘나들자 생긴 수식어다.

이승기는 ‘찬란한 유산’의 인기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6월에 디지털 싱글 ‘결혼해 줄래’를 곧바로 내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결혼해 줄래’는 오랜 만에 만나는 이승기의 보컬에 로맨틱한 곡 분위기가 맞물려 대박을 터뜨렸다. 단 한 곡으로 수억 원을 벌어들였다.

‘찬란한 유산’ 신드롬으로 얻은 인기를 ‘결혼해 줄래’로 증폭 시킨 이승기가 앨범을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하려다 암초를 만났다. 일단 정규 4집 ‘Shodow’의 음반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다. 한터 차트에 따르면 지난 9월 발표한 이승기 4집은 이달 19일까지 총 2만1146장을 팔았다. 가요 시장이 최악으로 치닫던 2006년 발표한 2집(3만 여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이승기 4집의 부진은 타이틀 곡 ‘우리 헤어지자’의 실패로 해석된다. ‘우리 헤어지자’는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 수준을 넘지 못하는 평범한 팝 발라드 곡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인터넷 가요 웹진 ‘이즘’은 “상투적인 가사와 겉절이처럼 얹어진 스트링 연주까지 모두 각본대로 진행되는 덕에 감동을 주기보다는 건조하게 다가온다”고 혹평했다.

게다가 표절 논란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혔다. 지난 10월 서울 성동경찰서는 작곡가 이모씨가 ‘우리 헤어지자’의 공동 작곡가들이 자신이 만든 가수 팀의 ‘발목을 다쳐서’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표절 여부에 대한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세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이승기는 표절 논란이 일어나자 4집 발표 한달 남짓 만인 10월 말부터 활동을 사실상 접었다. ‘우리 헤어지자’가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정상을 차지했지만 후속곡은 발표하지 않았다.

보통 가수가 정규 음반에서 2~3곡 정도로 활동한다고 볼 때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2006년에도 2집 수록곡 ‘가면’이 원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을 득하지 않은 무단 샘플링으로 밝혀져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과거 표절 논란에 연루된 가수는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했다. 표절 여부가 가려지기도 전에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CF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그룹 룰라의 이상민이 자해 소동을 벌이고 김민종이 일시적으로 가수 은퇴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도 표절 논란으로 인해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승기는 ‘찬란한 유산’과 ‘1박2일’로 얻은 인기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표절 논란을 미리 차단하며 여전히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히려 SBS ‘강심장’ 공동 MC를 맡는 등 더욱 왕성한 행보다. 가요계가 표절 논란 불감증에 걸린 것이 한몫 했다.

문제는 이승기의 애매한 정체성이다. 현재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를 뛰어 넘는 곡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3집 ‘아직 못다한 이야기’ 정도가 그나마 시장의 반응이 왔다. 자칫 ‘결혼해 줄래’ 같은 소위 이벤트형 신곡만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데뷔 당시 유망주로 평가 받은 가수가 방송인을 꾀하며 얻은 결과다.

국내 연예계에서는 가수와 연기, 방송인 세 마리의 토끼를 섭렵한 전례가 없다. 그나마 김민종과 안재욱, 임창정 정도가 가수와 연기 겸업에 성공한 사례지만 모두 짧은 전성기를 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상 무료로 인식되는 TV에서 과도한 이미지 소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기를 겸업하는 가수의 음반 판매량이 부진한 것도 이때문이다.


현재 이승기는 TV에서는 ‘블루칩’이지만 가수로서는 ‘거품주’에 가깝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화려한 수식어의 이면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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