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한 해 동안 활약한 연예인을 상으로 격려하는 연말 시상식에 기자를 사칭한 팬이 늘고 있어 언론사 및 주최사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례로 본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연거푸 접했다. 최근 열린 두 개의 가요 관련 시상식에 본보 기자가 아닌 낯선 사람의 이름이 프레스 신청 명단에 오른 것이다.
기자를 사칭해 이름을 올린 A양은 고등학생으로 인기 아이돌 가수의 팬이다. 좋아하는 가수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으나 학교에 가야하는 학생이다 보니 선착순으로 입장되는 시상식에 아침부터 줄을 설 수 없었다. A양이 선택한 방법은 실로 놀랍다. 주최 측에 마치 기자인 양 ‘프레스’를 신청해 자리를 확보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신청을 하는 상황, 연예 언론사의 잦은 자리이동과 신입기자 영입을 이용한 것이다.
신청은 통과된다 해도 입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각종 행사의 레드카펫에서 카메라 기자들이 촬영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바닥에 붙여놓는 명함을 수거한 뒤 프레스 신청 당시 사용한 이름을 넣어 ‘가짜 명함’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했다. 어느 때보다 바쁜 시상식 행사장, 주최사나 홍보사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신원확인법’은 명함이다.
팬이 기자를 사칭해 행사장에 출입하는 사건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고 있다. 비단 시상식뿐만 아니라 국내외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영화제나 국내 프리미어 행사에는 ‘돈으로 구입한 프레스를 목에 건 일본 및 아시아 관광객이 많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일련의 사건 그 출발점에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스타 사랑이 있다. 하지만 어른들의 책임을 묻고 싶다. 평소 친분이나 믿음에 근거해 깊이 생각지 않고 프레스 신청 전화번호를 어린 학생에게 알려주는 언론사 기자, 어린 학생을 대신해 주최 측의 확인 전화를 받아주는 성인, 고등학생이 의뢰하는 기자 명함을 제작해주는 업자…. 어디 그뿐이겠는가. 과열 팬덤 문화를 부추기는 소비 사회와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비상구’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학교와 가정까지 옳지 못한 길로 가는 청소년을 바로잡아 주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의 책임 말이다.
일은 벌어졌고 눈앞의 대책이 필요하다. 번거로운 일이겠으나 프레스 신청을 받은 주최사나 홍보사 측에서 해당 언론에, 신청 등재된 휴대전화가 아닌 해당 언론사에 신청 사실과 기자명을 확인하는 수고를 요청한다. ‘명함 하나면 기자가 될 수도 있는’ 무서운 현실에서 조직적인 사이비 기자는 막기 어렵더라도, 청소년이 가짜 기자로 둔갑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나아가 그릇된 팬덤 문화를 건전하게 순화시키고, 청소년들이 관심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대안 문화를 만드는 것도 우리 어른의 몫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김은주 기자 dunasta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