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日시골 마을’…女의사 사표 놓고 인터넷 술렁

‘공포의 日시골 마을’…女의사 사표 놓고 인터넷 술렁

기사승인 2010-03-13 17:36:00

[쿠키 톡톡] 일본의 외딴 시골 마을에서 단 한 명뿐인 의사가 돌연 사표를 던져 논란이 일고 있다.

1년에 겨우 18일만 쉬면서 헌신적으로 자신들을 돌본 의사에게 주민들이 터무니 없는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인데 일본 네티즌들은 “배려를 중시하는 우리 국민성이 땅에 떨어졌다”며 씁쓸해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최근 한 통의 사직서로 아키타현 카미코아니무라 마을이 술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을 유일의 의료기관인 국민건강진료소에 근무하던 의사 A씨(65·여)는 “정신적으로 지쳤다”는 말과 함께 지난달 하순 퇴직의사를 밝혔다.

주민을 돌보는데 앞장섰던 A씨는 왜 사표를 던졌을까?

카미코아니무라 마을의 촌장(72)은 “마을 사람들의 근거 없는 비방 때문에 A씨가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게 최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간부들에 따르면 A씨는 마을 사람들의 분별 없는 비방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1월 부임한 A씨는 그해 가을 진료소 앞에 있는 자택에 응급환자를 보다 잘 대할 수 있도록 자비로 조명을 설치했다가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환자를 보느라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 없어 진료소 내에서 빵을 샀는데 이번에는 ‘환자를 볼 시간에 쇼핑이나 하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A씨의 지난해 휴진일은 겨우 18일. 20일마다 하루꼴로 쉰 셈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물론 각종 휴일도 없이 마을 곳곳을 돌며 환자를 돌봤다. 그런데도 A씨는 지난해 ‘평일인데 왜 쉬느냐‘는 공격을 받았다.

A씨는 아픈 사람이 있다면 이른 아침이든 늦은 밤이든 자발적으로 달려갔다. 오전 8시~오후 5시15분의 진료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한 마을 주민은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이 언제나 친절하게 알려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해 3월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가기 직전에 의사 선생님이 헌신적으로 돌봐줬던 일을 잊을 수 없다”며 “그녀는 새벽 1시든 3시든 싫은 기색 없이 달려오곤 했다”고 덧붙였다.

진료소 관계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헌신적인 의사는 그동안 없었다”며 “무의촌(無醫村)이 되면 우리 마을이 곤란해 질 뿐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목을 죄고 있다”고 한탄했다.

인구 3000여명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은 사실 그동안 의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거 일부 의사들이 무의촌을 구한다는 사명감에 마을을 찾아왔지만 얼마 못가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실제 A씨가 부임하기전 벽지만 전문으로 찾아다니는 한 의사도 부임 일년을 채우지 못하고 마을을 떠났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네티즌들은 마을 주민들의 이기적이고 분별없는 행동을 비판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특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 미덕으로 삼는 일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이어 카미코아니무라 마을이 지난해 9월 월 16만엔(약 199만원)의 생활비와 무료 주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젊은이를 모집한 사실을 알리며 “이건 무시무시한 마을에 누가 가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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