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 무어 “美 성노예-인신매매 만연… 25만명 성착취 희생 위기”

데미 무어 “美 성노예-인신매매 만연… 25만명 성착취 희생 위기”

기사승인 2010-05-06 14:46:00
[쿠키 지구촌] MS는 12살 때 처음 사랑에 빠졌다. 어릴 적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도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던 그녀는 그 무렵 아빠와 같은 존재에게서 사랑 받길 간절히 원했다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길거리에서 그녀 주위를 맴돌면서 관심을 보인 남자가 있었다. MS는 그의 품에 안겼다.

그 남자가 어느날 “같이 드라이브 가지 않을래?”라고 말했다. MS는 기쁜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MS는 4년 동안 4명의 다른 포주에게 팔려다니며 성을 팔았다. 하루 1500달러의 매상을 올려도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었다.

“내 어린 시절은.. 그렇게 빼앗겼어요. 이게 내 운명인가보다 생각했어요. 제 주변의 다른 아이들도 그랬으니까요.”

미 ABC방송은 5일 후진국의 범죄로만 여겨졌던 인신매매와 아동성착취가 미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의 포주들은, 도망가면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했다. 그 때문이었다. 팔려간지 2년 뒤, 그녀의 할머니와 누나들이 그녀를 찾는 전단지를 뿌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지만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은. “가족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도 두려웠다”고 그녀는 말했다.

MS처럼 인신매매 당해 성착취당하는 소녀들이 미국에서만 수천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캄보디아나 델리 같은 곳에 가면 어린 창녀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죠. 바로 지금 여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배우 데미 무어는 4일 미 의회에서 이같은 실태를 보고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이 소녀들에게, 이와 같은 일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이 것은 우리 사회가 진 빚입니다.”

무어와 남편 애쉬톤 커쳐는 최근 ‘데미와 애쉬톤 재단’을 설립하고 전세계의 성노예 실태를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미국내에서도 약 25만명이 상업적인 성착취의 희생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2001년 보고서에서 추산했다. 미국내 여성 성노예들은 보통 12~14살에 처음 이 쪽 세계와 접한다. 범죄조직들도 12살 이상의 아이들을 인신매매의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외국에서 성매매를 위해 ‘밀수’되는 소녀들도 약 1만4500~1만7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미 국무부는 추산하고 있다.

레베카 인권 프로젝트의 대표 말리카 사다 사르는 “우리의 딸들이 섹스를 위해 팔려가는데도 우리는 무지한 상태로 있다”며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고, 포주들이 감옥에 수감되는 사례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다 사르는 최근 허핑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내 인신매매와 아동성착취는 새로운 현상”이라며 “10년전만해도, 가출한 소녀들이 48시간 안에 거리의 인신매매범에게 잡혀간다는 류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썼다. 그녀는 또 이렇게 주장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넷이 어린이 성착취를 쉽게 상업화하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어린 소녀들이 인신매매범과 조직범죄집단의 새로운 ‘상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다, 마약매매범이 그렇듯이 인신매매범에 대해서도 법으로 응징하는 문화가 없다.”

18세에 인신매매를 겪은 또 다른 소녀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그(포주)는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나를 돌봐주겠다고 말했다. 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너무나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는 이런 쪽의 전문가였다”고 말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집에서 벗어나야면 행복해질 것만 같았다.”

그녀 역시 MS처럼 한번 인신매매 당한 뒤에는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도 그녀에겐 수치이자 공포였다. 지금 20세가 된 이 여성은 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날의 일을 극복하는 것이 자신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이 여성과 MS는 모두 경찰에 ‘체포’된 경험이 있다. 경찰은 그녀들을 범죄자처럼 대했고, 포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그녀들은 증언했다.

“경찰은 우리를 유치장에 두달 동안 가둬둔 뒤 그냥 풀어줬다. 겁이 나서 다른 경찰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MS)

미국법에는 인신매매범을 종신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MS와 또 다른 여성의 포주들은 지금도 자유롭게 활개치고 있다.

미 법무부도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무부 아동착쥐 방지관 프랜시 헤익스는 수백명의 인신매매범을 체포했으며 지금도 계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녀들이 원하는 것은 ‘미래’다. 현재 한 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는 MS는 언젠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소녀들에게 격려를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 속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어하고 있다. 누군가를 믿을수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다. MS는 이렇게 말했다.

“인신매매돼 오는 여자 아이들을 많이 봤어요. 죽어가는 것도 봤어요. 너무 많은 것을 봤어요. 이젠 제가 강해져야겠지요.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뭐든지 할거에요.”

또 다른 여성은 한 비영리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한때 성매매에 속해있었다는 상처는 여전히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녀는 백악관의 행사에 초대를 받기도 했지만, 신원조회에서 거부당하기도 했다.

“저는 범죄자가 아니에요. 누구도 해친 적이 없어요. 그냥 살아남고 싶었을 뿐인데 너무 힘들어요. 이건 너무나 불공평해요.”

그녀는 “나를 그냥 한 희생자로 봐주세요. 내 과거 때문에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길로 가지 못하게 막지 마세요”라고 호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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