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월드컵도 못볼 지경

돈 없으면 월드컵도 못볼 지경

기사승인 2010-05-24 18:00:00
[쿠키 지구촌] 다음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 방송사들에게 사상 최악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월드컵 중계권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반면 광고 시장은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NYT는 “방송사들이 월드컵 중계로 수익을 낼 확률은 32개 본선 진출 팀 중 어느 한 팀이 우승할 확률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세계 방송사들이 이번 월드컵의 TV중계권료로 지불한 금액은 총 21억5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 4년전 독일 월드컵 때보다는 53%, 2002년 월드컵의 약 1조원과 비교하면 160%나 늘었다. 반면 시청률은 역대 최고였던 지난 월드컵보다 약 5%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 시장은 더 위축돼 겨우 1~2%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 런던의 방송산업 조사업체 스크린 다이제스트는 “중계권료가 너무 많이 올라 많은 방송사들이 광고 수익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일부 방송사들은 아예 중계권을 유료 채널에 되팔고 있다. 프랑스의 TF1 방송사는 64개 경기 중 8경기의 중계권을 경쟁사이자 유료 채널인 까날플뤼에 넘겼다. 스페인에선 케이블방송사인 소게(Soge)가 40 경기를, 이탈리아에선 위성TV 채널인 스카이이탈리아가 39 경기를 독점 중계한다.

그나마 개막전과 결승전, 자국 경기는 공중파 무료 채널에서 중계해야 한다는 유럽 방송 협약 때문에 이 정도에 그쳤다.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는 더욱 심각하다. 이 지역의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알자지라TV는 모든 경기를 유료 채널로만 방송할 계획이다. 싱가텔이 모든 경기를 유료로 중계할 예정인 싱가포르에서는 월드컵 중계를 보지 말자는 보이콧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디즈니의 자회사인 ABC방송사와 ESPN, 스패인어 채널인 유니비전이 중계권을 갖고 있다. 스포츠전문 유료 채널인 ESPN은 대대적인 월드컵 마케팅에 착수했다. 3차원 입체 중계도 그 일환이다. 축구는 미국에서 그다지 인기 없는 경기로 꼽혔지만, 히스패닉계가 늘어나면서 광고주의 관심도 커졌다. 예선 경기는 평균 1억2500만명의 미국 시청자들이 지켜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미식축구 슈퍼볼 경기와 같은 수준의 시청률이다. 하지만 역시 비싼 중계권료 때문에 수익을 장담하긴 어렵다.

월드컵을 중계할 전세계 방송사들에게 흑자냐 적자냐를 가를 관건은 결승전에 어느 팀이 진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승전은 3억5000만명이 지켜볼 것으로 예상되나, 가장 인기 높은 브라질과 잉글랜드가 동시에 진출하면 기록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카드는 뉴질랜드와 북한이 결승전을 벌이는 경우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방송사들도 고민이다. 유료 채널이 중계가 늘어날수록 광고주나 월드컵 스폰서들의 불만이 커지기 때문이다. NYT는 “이번 월드컵은 가장 많은 경기가 유료 채널로 중계되는 대회로 기록될 것”이라며 “월드컵을 보려면 유료 채널에 가입하거나 술집으로 가야할 형편”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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