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는 14일 “현대캐피탈이 자유계약선수(FA) 박철우를 영입한 삼성화재의 보상선수로 최태웅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박철우의 현대캐피탈의 연봉(1억원)의 300%와 보상선수인 최태웅을 현대캐피탈에 넘겨주게 됐다.
현대캐피탈이 FA규약에 따라 삼성화재의 보호선수 3명(박철우, 여오현, 고희진 추정)을 제외한 선수 가운데 보상선수로 누구를 지명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삼성화재가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프로배구 정상을 지켜왔기 때문에 어떤 선수를 지명하느냐에 따라 팀 전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핵심선수 가운데 최태웅을 뽑은 것은 팀의 전력증강 목적보다 상대의 전력약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최태웅은 2005~2006 시즌부터 2008~2009 시즌까지 4년 연속 정규리그 세터상을 받기도 했다. 2008~2009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는 등 삼성화재의 V리그 네차례 정상 등극에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에는 최태웅에 필적하는 세터 권영민(30)이 있다. 권영민은 이번에 FA시장에 나왔지만 현대캐피탈과 재계약했다. 현대캐피탈은 포지션이 겹치는 부담을 무릅쓰고 최태웅을 택한 것은 삼성화재 조직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이 자체 전력 증강을 원했다면 수비능력이 가장 뛰어난 레프트 공격수 석진욱(34)을 택했을 법하다. 또 권영민 이후 차세대 세터를 육성할 의향이라면 유광우(25)를 택했을 것이다.
배구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국내 최고의 세터 2명을 동시에 보유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타 팀 공격수와의 트레이드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트레이드 이후 최태웅 자신이 선수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도 큰 변수다. 이미 배구에서 거의 모든 것을 이룬 최태웅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타 팀에서 선수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갈지도 의문이다. 최태웅은 FA 자격을 얻었지만 원소속구단인 삼성화재와 연봉 2억원에 재계약을 맺으며 팀에 잔류하기를 희망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