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러브 퍼레이드’ 행사 취소…“이제 영원히 개최 안한다”

참사 ‘러브 퍼레이드’ 행사 취소…“이제 영원히 개최 안한다”

기사승인 2010-07-25 19:52:00
[쿠키 지구촌] 세계 최대의 음악 축제인 독일 ‘러브 퍼레이드’ 공연장에서 19명이 숨지고 342여명이 다친 대규모 압사 사고가 24일(현지시간) 발생했다. 동서독 통일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던 이 연례 행사는 그동안 혼란과 향락으로 찌들어 논란이 있었다. 이번 사고로 러브 퍼레이드는 폐지됐다.

◇공연장 참사 상황=사고는 이날 오후 5시쯤 공연장인 뒤스부르크의 옛 화물열차역의 입구를 경찰이 막으면서 터졌다.

경찰은 공연장에 이미 인파가 가득해 입추의 여지가 없어지자 입구를 안쪽에서 봉쇄했다. 공연장에 하나뿐이었던 이 입구는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는 터널 형태여서 바깥에서는 막힌 것이 보이지 않았다. 경찰과 경비대원은 출입을 막았지만 수백만명의 인파는 제지를 뚫고 막무가내로 밀려들어갔다.

막힌 문을 향해 100만여명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면서 터널 안은 생지옥이 됐다. 현장 목격자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공영ZDF방송의 토마스 뮌텐 기자는 “터널 안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사람을 짓밟는 끔찍한 광경이었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수십대의 구급차와 구조 헬기가 출동했지만 인파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헬기는 현장에 착륙하지 못해 외곽에 내렸고 구급차의 구조요원들도 한동안 부상자가 있는 곳까지 헤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고 직후 “이 어려운 순간에 진정으로 희생자들의 친지와 아픔을 함께하고자 한다”며 “연민의 마음과 슬픔을 그들에게 전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소비·향락 문화 추구에 경종=이번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 지난해에도 안전문제 등을 우려한 보쿰시가 거부해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올해 ‘뒤스부르크의 자유’란 주제로 행사가 열렸지만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러브 퍼레이드는 1989년 베를린 전승기념탑에 유럽의 젊은이들이 모여 테크노 음악을 즐기는 축제를 열면서 시작됐다. 당시의 구호는 ‘평화 기쁨 그리고 팬케이크’로 군비 축소, 음악을 통한 화해, 부의 공정한 분배를 의미했다.

첫 행사가 열린 뒤 4개월 만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러브 퍼레이드는 젊음의 열정을 대변하는 세계적 음악 축제로 각광 받았다. 99년에는 150만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갈수록 정치적 의미는 쇠퇴하고 마약, 환경파괴, 소음, 소비 위주의 향락문화가 주를 이룬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3년 이후 베를린시가 안전 등의 문제로 행사 개최를 거부하면서 공연 장소를 해마다 옮겨 왔다.

사고 직후 러브 퍼레이드 조직위는 앞으로 행사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역사를 바꾼 음악 축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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