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한달] 교육계 거센 지각변동

[진보교육감 한달] 교육계 거센 지각변동

기사승인 2010-07-30 17:53:00
[쿠키 사회] 6·2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계에 거센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은 전국 16개 시·도육청 중 서울시교육청의 곽노현 교육감을 비롯해 경기 김상곤 교육감, 강원 민병희 교육감, 전북 김승환 교육감, 전남 장만채 교육감, 오는 11월 취임하는 광주 장휘국 교육감 당선자 등 총 6명이다. 장 당선자를 제외한 진보 교육감 5명은 취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교육 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며 교육과학기술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논란=교육감의 성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는 지난 13~14일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였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과부와 신경전으로 일제고사 공문을 4건이나 일선 학교에 발송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에 따라 서울 영등포고에서는 한 학급 전체가 시험을 거부하는 등 집단 미응시 사태가 발생했다.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혼선에는 교육청과 교과부의 잘못이 있다”며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 등을 경징계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전북도와 강원도교육청은 교과부가 ‘대체 프로그램’은 위법이라고 규정한 공문을 받았지만 응시 거부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전북과 강원에서는 시험 첫날 각각 172명과 140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이들에 대한 결석·결과 처리 문제를 놓고 아직도 논쟁이 진행 중이다.

◇논쟁의 중심, 서울시교육청=진보 교육감의 대표격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수많은 교육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체벌 전면 금지를 전격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곽 교육감은 지난 19일 2학기부터 모든 초·중·고에서 체벌을 금지하고 이를 대체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2학기가 시작되면 일선 학교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 교육감은 인사위원회와 교원·일반직 공무원 징계위원회를 개편하며 진보 인사를 대거 기용해 보수 진영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두발 자율화, 강제 야간자습 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도입도 검토하고 있어 교총 등과 충돌이 예상된다. 곽 교육감과 교과부는 현재 교장공모제 방식을 두고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곽 교육감의 교육 개혁은 아직 시작에 불과해 앞으로 그가 보수 진영을 어떻게 설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공존이냐 갈등이냐=예민한 교육 이슈들이 산적해 있어 교과부와 진보 교육감의 논쟁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민주노동당에 당비를 낸 전교조 교사에 대해 교과부는 중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들이 이들을 경징계하거나 징계를 법원 판결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법원이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미뤄 고발당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교육감의 징계 재량권을 인정한 판결이어서 진보 교육감들이 교과부의 지시를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원평가제 논란도 여전하다. 교과부는 올 3월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 중이지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교원평가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교원평가제를 아예 거부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과 보수 교육감들의 의견 조율도 과제다. 일제고사 등 각종 교육 이슈에 대해 진보·보수 교육감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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