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7일까지 이란의 우르미아에서 열리는 제2회 아시안컵(AVC) 남자배구대회는 대회 시작전부터 참가국들의 불평이 자자했다. 대회 장소가 뚜렷한 이유없이 한달전 테헤란에서 갑자기 이란 북서 국경지대인 우르미아로 바뀌었다. 우르미아는 이란의 유서깊은 도시지만 테헤란에서 720㎞ 떨어진 오지다.
한국선수단은 지난달 29일 밤 12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를 거쳐 테헤란까지는 그럭저럭 왔다. 문제는 우르미아까지 가는데 10시간을 기다려 밤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것이었다. 선수단은 시내 호텔에 짐을 풀고 예정에도 없이 인근 체육관에서 몸을 풀면서 비행기 출발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시간 반 남짓한 비행을 마치고 우르미아의 선수단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30시간이 걸린 여정이었다.
같은 아시아지역을 여행하면서 한국에서 남미까지 가는데 필요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두바이에서부터 한국과 같은 비행기를 탄 일본, 호주 선수단도 꼭같은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8일전 현지에 와 기다렸다는 이란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다. 어느 국가에서 항의했는지 몰라도 지난 31일 열린 대표자 회의에서 이란측은 대회 장소 변경으로 각국 선수단에게 끼친 불편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고 한다.
지난 31일 열린 선수단 리셉션도 참가국에 대한 큰 결례를 범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리셉션을 우르미아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걸리는 호젓한 우르미아 호반 리조트에서 개최한 것까지는 호의로 보고 싶다. 하지만 리조트내 작은 원형 공연장에서 열린 리셉션은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전무했다.
각국 선수단을 들러리로 세운 채 주지사의 환영사, 이란 체육회장의 축사 등 자국 인사들의 말의 성찬이 이어졌다. 이란 현지인들만 악수를 주고받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등 분주했고 정작 참가 선수단은 이들 뒤에서 선 병풍처럼 철저히 배제됐다.
주객이 바뀐 셈이었다. 다음날 오전 10시 첫 경기가 있는 호주와 카자흐스탄 선수들은 밤 10시 넘어 끝난 리셉션을 뒤로 하고 황급히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우르미아(이란)=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