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넓이 40m, 높이 20m의 거대한 ‘빅탑 스테이지’에서 ‘쿵쿵’ 거리는 울림이 퍼질 때마다, 수만명의 관객들의 심장도 같이 뛰었다. 그리고 그 심장에서 나오는 열기로 수 십 만평의 땅도 같이 울렸다.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경기도 이천시 지산포레스트 스키리조트에서 개최된 ‘지산밸리록페스티벌 2010’ (이하 지산록페스티벌)은 00 만명의 관객이 참여한 가운데 한여름 뜨거운 열기보다 더 뜨거운 록에 대한 열정을 뿜어냈다.
41개 아티스트 참여…자연 속 ‘록 향연’ 만끽
30일 ‘빅탑 스테이지’의 페스티벌 오프닝을 맡은 국카스텐은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한꺼번에 수상한 그룹답게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지산을 찾은 관객들을 흥분케 했다. 이후 등장한 서울전자음악단, 이승열, 벨 앤 세바스찬, 뱀파이어 위캔드로 이어지는 록의 향연은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록 팬들을 황홀케 했다. 게다가 헤드라이너를 맡은 매시브 어택의 여성적이면서 몽롱한 전자음악은 관객들을 ‘호접지몽’ (胡蝶之夢)에 빠지게 했다.
서브 무대인 ‘그린 스테이지’에서도 로맨틱 펀치,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슈가도넛, 3호선 버터플라이, 다이안버치, 브로콜린 너마저 등이 ‘빅탑 스테이지’와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31일 역시 록 전사들은 관객들의 심장박동 속도를 늦추지 못하게 했다. 메이트로 포문을 연 ‘빅탑 스테이지’에서는 바닐라유니티, 킹스턴 루디스카의 흥겨운 음악에 이어 2008년 인디음악계의 최대 수확이라 평가되는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에서는 수만명이 함께 지축을 흔드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언니네이발관을 넘어 둘째날 헤드라이너인 펫 샵 보이즈까지 이어졌다. 특히 원조 월드컵송이라고 불리우는 ‘Go West’가 울려퍼지자 ‘빅탑 스테이지’ 앞 잔디 광장은 앉아있는 관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두 뛰고 흔들고를 반복했다.
둘째날 ‘그린 스테이지’는 특별했다. 첫째날이 다소 차분한 느낌을 선사했다면 이날은 하드코어의 강렬함으로 마니아 층을 ‘그린 스테이지’에 붙잡아뒀다. 아일랜드 시티 등이 모던 락으로 훈훈하게 아우라를 쳐놓은 공간에서 아폴로18, 피아, 아트오브파티스-김바다, 크래쉬가 관객들로 하여금 거대한 그랜드 슬램을 만들게 했고, 이 열기는 ‘빅탑 스테이지’ 못지않은 강렬함을 표출시켰다.
페스티벌 마지막날인 8월 1일은 누구에게든 호평을 받는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빅탑스테이지’의 문을 열었고, 이후 스키조, 문샤이너스, 하이에이터스, 쿨라 세이커, 써드 아이 블라인드 가 마지막 록 향연의 불꽃을 태웠고, 그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사운드를 들려주는 뮤즈는 결국 록 팬들을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3만명이 넘는 관객들의 환호성과 몸짓은 뮤즈의 노래와 어울려져 거대한 인간 파도가 됐다.
15개 해외 아티스트와 26개 국내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록 해방구’는 록을 사랑하는 팬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자체를 좋아해 참여한 관객들조차 세상과 단절된 특별한 음악과 느낌을 선사했다. 특히 지산리조트가 자랑하는 뛰어난 주변 자연환경은 관객들이 록을 느끼는데 한 몫 했다.
“공연이 끝났다고? 음악은 끝나지 않았다”
3일간 펼쳐진 지산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가 무대를 마치는 시간은 대략 밤 11시 전후. 그러나 지산을 찾은 록 마니아들의 파티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빅탑 스테이지’ 뒤쪽에 위치한 ‘그린 푸드 존’과 ‘파이어 존’은 열광적인 록 마니아의 ‘파티 존’으로 변신한다. 한 프로모션 업체에서 마련한 텐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클럽으로 변했고, 주변은 국내외인을 막론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지나가는 글로벌 파티장이 됐다.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 마련한 공식적인 클럽 존은 아니지만, 지난해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페스티벌 측에서 DJ를 섭외해 마련한 공식적인 공간은 ‘그린 스테이지’와 얼마 멀지 않은 ‘일렉트로닉 스테이지’. 모델 김민준이 ‘베스퍼 MJ’라는 이름으로 나선 무대에서부터 시작해 김지갱이 이끄는 코코스타, 힙합 리스너에게 가장 신뢰받는 DJ인 소울스케이프, 여자 일렉트로니카 DJ로 유명한 신, 90년대 후반부터 디제잉을 한 트래비스까지 3일 내내 새벽 4시까지 이 공간은 록 마니아들에게는 ‘클러버’로 바뀌는 특별한 공간으로 제공했다.
이들은 새벽을 지나 해가 뜰 때까지 음악을 멈추지 않았고, 잠깐의 휴식 후 다시 낮 12시부터 펼쳐지는 록 음악에 심취했다.
물론 이들의 열정은 잦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이날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 운영하는 의무대에 따르면 1일 현재 오후 5시 경까지 550여명이 넘는 관객들이 치료를 받았으며, 그중 27명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 대부분 탈진과 골절이 원인이었다.
“록은 좋지만 오기 힘들어”…불편한 교통에 비싼 숙박비
열정적인 록 마니아들에게도 고통스럽게 한 것이 있으니, 바로 불편한 교통과 비싼 숙박비다.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경기도 이천은 서울에서만 3시간 거리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기에는 불편하다. 페스티벌 측도 이를 고려해, 경기도 분당 오리 역과 지산리조트를 잇는 셔틀버스를 마련했고, 다양한 교통편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그러나 문제는 셔틀버스를 운용함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 것. 오리 역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이들은 뜬금없이 건장한 남성들로부터 탑승 티켓을 구매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린 이들에게는 너무나 엉뚱한 이야기였고, 더구나 홈페이지에는 ‘탑승시 현금으로 3000원을 지급해야 된다’는 전혀 다른 공지가 되어있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첫째 날 매시브 어택의 공연이 끝난 후 귀가를 서두르던 관객들은 2시간 넘게 지연된 셔틀버스로 인해 불편을 겪어야했다. 안전요원이 투입됐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어지지 않았고 정확한 사과없이 “도로 상황으로 인해 지연됐다”는 설명만 들었다. 결국 늦게 오리 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또다시 택시를 잡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주차도 문제였다. 주최 측은 행사장 진입로가 좁아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공지했지만, 거리와 짐 등으로 인해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페스티벌을 찾았다. 그러나 도착 후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주최 측인 엠넷미디어가 임시로 마련한 3개의 주차장은 사실상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고, 관객들이 주차하는 공간은 어느 새 유료주차장으로 변해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이 주차 요금을 받으려 했던 것이다. 한 참가자는 “리조트와 가까이 주차하려 했는데, 신원도 알 수 없는 사람이 다가와 3일 주차에 3만원인데, 2만5000원만 내라고 하며 주차를 못하게 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도로 갓길에 주차했고, 이는 다시 진입로 교통을 혼잡하게 만들었다.
지난해에 비해 비싼 숙박료 역시 문제가 됐다. 지난해 하루 10만원을 받던 한 숙박업소는 1년 만에 40만원으로 뛰었다. 무려 4배가 오른 것이다. 3~4명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은 하루에 무려 20만원 가까이 내야했고, 이는 페스티벌 장소와 가까울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관객들은 숙박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했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불편을 겪었고, 지방 관객들은 노숙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이에 주최 측은 “페스티벌 장소 주변 숙소 관계자들에게 숙박비 상승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우리가 어떤 제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에는 첫째 날 2만3000여명, 둘째 날 2만 6000여명, 셋째 날 3만여명이 운집해 누적관객수 7만 9000여명을 기록했다.
이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