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연극 발견] 탄탄한 텍스트-화려한 출연진 ‘폴포러브’의 아쉬움

[Ki-Z 연극 발견] 탄탄한 텍스트-화려한 출연진 ‘폴포러브’의 아쉬움

기사승인 2010-08-07 13:02:00

[쿠키 문화] 연극 ‘폴포러브’의 한 장면. 메이를 찾아온 마틴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메이의 이복 형제이자 사랑하는 연인 에디가 누워있는 자세에서 한 바퀴 구르자, 에디와 메이의 아버지가 침대 밑에서 에디와 똑같은 자세로 굴러 포즈를 취한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런데 실상 이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었다는 것은 연극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또 관객으로서 씁쓸하게 다가왔다.

연극 ‘풀포러브’는 이복 형제이자 사랑하는 연인 에디와 메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랑을 위해 4,000km를 달려가 결국 그리움을 폭력으로 변질 시킬 수밖에 없는 두 남녀의 지독하게 얽힌 갈등을 그리는 작품으로, 1983년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초연 이후 뉴욕에서 공연되며 화제를 모았으며 1985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연극은 관객들에게 어쩔 수 없는 ‘사랑과 증오’ ‘우정과 질투’ 사이를 넘나드는 치열한 갈등을 보여주려 했다. 대립적이면서 상보적인 에디와 메이의 모습을 통해 한 자아 내에서 충돌하는 내면의 섬세한 감정은 무대 위 두 배우들 뿐만 아니라, 콘텍스트와 텍스트를 읽는 관객들도 똑같이 섬세하게 전달된다.

그런데 관련 논문만 수백 편이 넘는다는 이 연극은 현재 대학로에서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극 축제 2010 ‘무대가 좋다’ 첫 번째 작품인 ‘폴포러브’는 사실 웃기거나 쉬운 작품이 아니다. 적어도 기본적으로 연극을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관객의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지루할 수 있는 작품이다. 위에서 제시한 장면이 씁쓸하게 다가온 것은, 사실 이 장면은 살짝 미소를 짓는 정도에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소 엉뚱하면서도 웃음의 발생을 기대한 관객들은 연극 전체가 주는 지루함을 이러한 소소한 장면 하나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것이다. 이는 연극이 끝난 후 지루함을 표현하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이는 관객들이 최소한 작품에 대한 인지를 하고 극장을 찾았어야 했다. ‘연극열전’ 시리즈 때도 지적된 바와 같이, 단지 연예인이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 하나만 보고 극장을 찾았다가는 자칫 자신의 성향과 안 맞는 작품을 2시간 가까이 지루하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배우들의 전달력도 관객들의 지루함에 한 몫 한다. 메이 역의 김효진은 두 번째 무대이고, 김정화와 박건형은 뮤지컬 무대 경험만 있다. 또 한정수와 조동혁은 ‘날것’의 무대에서 관객들과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다. 무대가 처음이라서 연기력이 좋지 않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감정 전달력은 분명 관객들에게까지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자가 무대에서 보지 못한 배우는 박건형 뿐이다)

에디의 경우 조금은 과도한 몸짓으로까지 이해될 수 있는 동작과 메이를 향한 거친 감정 표현에서 남자 배우들의 내면을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메이 역시 에디에 대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증오를 표현하는 진폭이 너무 좁아, 감정선이 한 줄로 이어지는 듯 했다. 결국 배우들은 자신의 메시지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알아서 받아들이라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한달 정도가 지난 현 시점 관객들은 더 다양하고도 냉정한 평가를 내리게 되고, 또 많은 정보를 통해 가려가면서 연극을 접근할 것이다. 배우들 역시 지속적으로 무대에 적응해 나가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무대가 좋다’ 첫 번째 시리즈이자, 내면심리를 잘 설명하는 탄탄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국내서 올린 첫 공연인 만큼, 공연이 끝나는 시점에서의 평가가 분명하게 달라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연극 ''풀포러브''는 6일 박건형, 김효진 배우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학로 SM아트홀에서 9월 12일까지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