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아저씨’의 독한 악역 김희원 “관객들이 저보고 웃어요”

[Ki-Z 영화人] ‘아저씨’의 독한 악역 김희원 “관객들이 저보고 웃어요”

기사승인 2010-08-07 13:03:00

"[쿠키 연예] 영화 <아저씨>는 제작단계부터 초점은 원빈이었다. 꽃미남 스타 원빈이 ‘아저씨’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은 물론 거친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알려지면서 과연 그의 변신은 어떨지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아저씨>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순식간에 분산됐다. 원빈에서 아역인 김새론으로 옮겨진 시선은 다시 명품 악역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희원으로 옮겨갔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악역으로 얼굴을 알린 김희원은 이번 <아저씨>에서는 그 어떤 캐릭터보다 독한 연기로 관객들의 미움(?)을 샀다.

극중 김희원이 맡은 역할은 장기밀매 전문 범죄조직의 보스인 ‘만석’. 어떤 이는 김희원의 연기를 보고 “최고의 ‘악’이 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눈빛 만으로 ‘악’을 표현해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일까. 인터뷰를 위하 처음 마주한 김희원의 첫 인상에서 ‘만석’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연기를 너무 잘해도 문제인 셈이다. 본인은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 후회 없이 열심히 했죠.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일반 관객들이 저 나올 때마다 웃는 거에요. 방탄 유리라고 소리치거나 도끼로 사람 찍을 때도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들려요. 저는 악역인데 말이죠. 영화 속에는 오로지 살려고 소리치는 데 관객들은 ‘잔인한데 웃긴 악당’ 정도로 생각해요. 그래서 악역이라기보다는 ‘비열한 악당’ 정도가 더 맞는 것 같아요”

김희원이 보여주는 다소 ‘재미있으면서도 비열한 악당’ 캐릭터와 별개로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김희원의 ‘악행’에 혀를 내두른다. ‘소미’ (김새론)의 엄마인 ‘효정’ (김효서)을 납치해 장기를 모조리 빼낸 것이나, ‘소미’를 비롯한 아이들을 마약 판매를 위해 이용하다가, 죽으며 다시 장기를 빼내기도 한다. 자신을 속이고 돈을 빼돌린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가차없고, 눈동자를 낚시 하듯 하는 모습도 잔인하다. 어떻게 보면 극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김희원이기에 더 악역스럽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김희원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소화해냈을까.

“대본을 보고 그런 상황들에 대해 약간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만났을 때 ‘내용이 100% 상상력이냐 아니면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냐’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한국에는 없다며, 중국에는 이런 사람이 존재하고, 그것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죠. 그러나 거부감이 들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영화라는 것이 스페셜한데 이 스페셜한 것을 가지고 재미있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하자고 했죠”

‘악역’이면서도 김희원은 뜻밖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바로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다. 원빈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동생에 대한 복수심을 보일 때는 ‘악역’의 모습과는 또다른 연기를 펼친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약역’은 피도 눈물도 없으며, 그 범위에는 가족조차도 일종의 이용물일 뿐이다. 이러한 감정선은 사실 ‘만석’에게 어울리지 않는 듯 싶었다.

“그것은 ‘만석’이라는 인물을 더 나쁘게 표현하려 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나쁘다’라고 인식되는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면 그러려니 해요. 그러나 우리 주변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나쁜 짓을 한다고 보여주면 이게 더 잔인하죠. 동생에 대한 애정을 살리면 다른 이들에 대한 악행이 더 두드러져 보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끼로 사람을 죽인 후 동생에게 초밥을 주는 장면은 원래 대본에 없는 내용인데, 내 생각에는 이것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만석’과 대척점에 있는 것이 ‘태식’ (원빈)이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전당포 아저씨로 사는 ‘태식’에게 다시 피를 묻히게 하는 것이 ‘만석’이고, ‘태식’은 결국 ‘만석’의 조직을 붕괴시키고, ‘만석’마저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태식’의 감정을 건드려야 하는 김희원의 입장에서 원빈은 물론 김태훈, 김성오 그리고 아역배우들과의 호흡이 궁금했다.

“빈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는데, 이야기도 잘 통하고 내가 봐도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친해졌어요. 태훈이나 성오 등 다른 동생들과의 호흡도 좋았어요. 물론 의사소통을 많이 했죠. ‘내 감정은 이렇다’라고 이야기를 해야 서로 정확한 감정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역배우들은 나를 아저씨로 봐서 말도 잘 안 걸더라고요. 분장실에서 만나도 ‘무서운 아저씨’라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막상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할때는 친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웃음) ”

그가 ‘악역’의 첫 발을 디딘 것은 데뷔작 ‘1번가의 기적’이다. 절친 임창청의 추천으로 출연하게 된 김희원은 극 중 ‘필제’ (임창정)의 보스 김부장이었다. ‘필제’는 달동네 청송마을에 철거동의서를 받으러 가지만 순수한 마을 주민들에게 동화돼 그 곳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다. 그런 ‘필제’가 한심하다는 듯 냉소를 머금은 채 사정없이 뺨을 내리치는 김희원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장면으로 임창정은 용기는 있으나, 한없이 불쌍한 모습을 관객들에게 어필했고, 김희원은 ‘명품 악역’의 첫 발을 떼면서 관객들에게 ‘욕’(?)을 먹었다. 악역으로 인지되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악역’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생각되요. 뭐 그래도 중간에 ‘청담보살’이나 ‘거북이 달린다’에서는 웃겼으니까요. <아저씨>에서도 사실 한 40% 정도는 웃기게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요 근래에 악역만 하다보니까 ‘악당’ 인상이 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악당이라 하더라도 조금 멋있어야 하는데, <아저씨>에서는 비열하고 치졸하게 그려졌죠. (웃음)”

영화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장르와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로 넘어갔다. 예술 영화든 상업 영화든 가리지 않고 보는 김희원은 어떻게 보면 <아저씨>의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인셉션> 이야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꿈속에서 꿈속으로 계속 들어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좋았는데, 사실 조금 지루했어요. 영화적 완성도는 괜찮은데, 평범하게 볼 영화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저는 영화 관계자니까 좀 더 유심히 보면서 이해하려고 했는데 즐기려 오는 사람들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전 어떤 영화라도 시골 할머니가 봐도, 전문가가 봐도 재미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힘들죠. 그런데 <인셉션>의 경우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잖아요. 물론 초반에 조금 지루했지만요. 그에 비해 <아저씨>는 시원한 액션 영화잖아요. 이해하기 어려운 곡선도 없고, 쭉 진행되요. 또 액션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작품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노력을 했죠. 한국 영화에서 <아저씨> 정도의 액션이 나온 것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현장에서 같이 찍었지만, 목욕탕에서 총 쏘고 칼 싸움 하는 장면은 내가 다시 봐도 재미있어요”

‘악역’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줘서 그런지, “아 어디에 나온 사람”이라고 많이들 알지만, 사실 김희원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이제 겨우 3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데뷔작이 2007년 ‘1번가의 기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기 경력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1989년부터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선 김희원은 뮤지컬 ‘빨래’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명품 아역’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런 김희원이 추구하는 자신의 연기관은 무엇이며, 향후 자신의 모습은 어떻게 설정했을까.

“어떤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나의 의지와 다르게 다른 사람들이 저를 이미 평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진실한 배우는 되고 싶어요. 또 스타가 되기보다는 화면에 조금 많이 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죠. 사실 배역에 대한 욕심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1년에 3편 정도 하는 다작 배우로 가는 중이죠. 지금까지 욕심나는 배역은 <올드보이>의 최민식 선배님 역할이나 <넘버3> 송강호 선배 역할이죠.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은데 굳이 꼽으라면 이 두 역할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인지도를 올려야겠죠. 이번 <아저씨>가 500만을 무난히 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마 너무 좋아서 아무 곳이나 실없이 뛰어다닐 것 같아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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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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