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2000년 8월 25일 14살의 나이로 데뷔할 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인 댄스 실력과 가창력으로 단숨에 가요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보아가 5년 만에 6집 앨범과 타이틀곡 ‘허리케인 비너스’ (Hurricane Venus)를 들고 국내 가요계로 돌아왔다. 더욱이 이번 국내 가요계 복귀는 그녀가 데뷔 10년차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아가 10년 동안 국내외에서 이뤄낸 일들은 그녀의 나이가 이제 갓 24살이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단순히 국내외 음반 판매량이나 수상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도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만들면서 나가는 모습이 여타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고, 일본 진출의 롤모델이 되었다. 보아에게 지난 10년은 어땠고, 국내 무대 컴백의 심정은 어떨까. 4일 서울 압구정에서 만난 보아는 어린 티가 완전히 사라졌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10년이란 시간이 총알처럼 지나갔고, 10년 동안 뭐했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많이 했더라고요. 미국도 가고, 일본도 가고 10년 동안 외국어만 계속 배운 것 같아요. (웃음) 지난 온 세월보다는 앞으로 갈 날이 더 많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제가 20주년이면 35살인데, (지금의) 효리 언니랑 별 차이가 안 나잖아요. (웃음) 10년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넘버원으로 대상을 받았을 때에요. (보아는 2002년 2집 앨범 ‘넘버 원’으로 그해 MBC 10대가수 가요제 10대가수상과 SBS 가요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사실 그때 당시에도 솔로 가수가 드물었거든요. 그때 만 13세에 데뷔를 해서 감히 대상을 탈 수 있을까, 1위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거든요. 오리콘 1위를 했을 때도 좋았지만 실감이 안났어요. 1위를 했다고 하고, (앨범이) 100만장이 나갔다고 했는데 피부에 안와 닿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2007년이에요. 너무나 똑같은 생활을 몇 년동안 반복해 하니까 지치고 일에 흥미를 잃었죠. 그때 터닝포인트가 미국 진출이었어요”
보아가 가장 힘들었다는 2007년까지 그녀의 일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1년 동안 스케줄이 연초에 앨범이 나오고, 콘서트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오갔고, 연말 시상식에 참여하면 1년이 끝났다. 그 생활을 4년 정도 했다. 오죽하면 그녀 입에서 “노래 좀 그만 시켜라”라는 푸념이 나왔다. 그때의 탈출구가 미국 진출이었다. 비록 평가가 다양하게 나왔지만, 그녀는 미국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연예계 생활이 ‘아웃풋’ (Output)만 있지 ‘인풋’ (Input)이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거에요. 제 미래를 봤을 때는 내가 지금 (2007년)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만일 미국 진출이 없었으면 유학가서 놀았을 거에요. 미국 활동은 개인적으로 결과를 떠나서 저에게 득이 되는 일이에요. 가수로서 너무 많이 배워 왔고, 미국 앨범 제작 자체가 너무 영광이었어요. 신선했고 음악에 대한 즐거움도 얻었죠. 또 이후에 일본에서 앨범을 낼 당시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그런 보아가 5년 만에 서는 국내 무대에 대해서는 걱정 반 설렘 반이라고 전했다. 또 많이 변한 가요계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아가 국내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5년 전과 아이돌 그룹이 많아진 것도 그렇지만, 무대 의상이나 노래 스타일도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보아다운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외국에서는 제대로 가요프로그램을 챙겨보지 못했는데, 한국에 들어와 여유가 있어서 봤는데, 연령대가 많이 낮아지고 음악적으로 많이 발전했어요. 무대를 보여주는 카메라도 거의 뮤직비디오 수준으로 찍더라고요. 또 요새는 노출 수위가 많이 높아졌던데요. 제가 ‘마이네임’할 때만 해도 배꼽티도 가려달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파격적으로 갈까 생각중이에요. (웃음) 10년 동안 가수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새로운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내가 잘해야 된다는 점이죠. 그리고 저에게는 퍼포먼스라는 무기가 있으니, 잘 살려서 보여줘야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는 보아가 직접 만든 곡 ‘렛 미’ ‘하루 하루’ 등은 물론 김동률, 지누(히치하이커), 넬의 김종완 등 유명 작곡가와도 호흡을 맞췄다. 특히 웬만하면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잘 주지 않는 김동률이 이례적으로 발라드곡 ‘옆사람’을 보아에게 선사한 것은 눈길을 끌었다. 이 노래는 앨범 공개 전 7월 28일 선공개한 후 호평을 받았다.
“사실 제가 먼저 곡 의뢰를 했어요. 제가 일본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아티스트와 아티스트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궁금했어요. 김동률 씨나 넬의 김종완씨 모두 워낙 감수성이 풍부하시잖아요. 물론 두 분다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요. (자작곡은) 쓸 계획은 없었어요. ‘렛 미’는 비트가 강한 댄스곡이고요. ‘하루하루’는 가사가 어둡고 슬퍼요. 제가 일본에서 들어와서 보니 할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컴퓨터와 음악할 수 있는 기계를 사서 마음을 비우고 곡을 만들었죠”
격렬한 춤을 추는 탓에 보아의 몸도 정상은 아니었다. 스스로도 “10대때는 건강했는데 20대가 되니까 이제 건강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부상까지 입어서 고생했다.
“저는 부상 많이 입는 편이에요. 어깨 탈골에 발목, 손목 다치고. 얼마전에는 허리 디스크 판정도 났어요. 그래서 몸 사리려고요. 하지만 무대에서는 몸 사릴 수 없으니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뼈를 잡아주는 근육운동을 하고 있어요. 거의 재활치료 수준이요. (웃음) 얼마 전에는 팔목을 다쳤는데, 그때 붕대 감고 다시 무대에 올라갔는데 마이크가 그렇게 무거운지 몰랐어요. (웃음)”
보아는 연기자로 변신해 미국 할리우드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댄스 영화로 시나리오와 감독은 ‘스텝업’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등 춤을 소재로 영화 시나리오를 썼던 듀안 에들러 (Duane Adler)가 맡는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듀안 에들러는 작품 기획단계부터 보아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부터 미국서 촬영에 들어간다.
“제가 (영화 출연)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올해 초였어요. 개인적으로 ‘스텝업’ 팬인데 그 영화를 보고 댄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죠. 춤에 대한 열정도 다시 떠올랐고요. 제가 연기에 대해 많은 제의가 있었지만 많이 꺼려왔어요. 본업이 가수인데, 전업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번에는 댄스 영화라서 괜찮다고 생각을 했어요. 또 감독이 제가 좋아하는 댄스 영화 원작자가 추천을 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우선은 새 앨범이 나왔기 때문에 이거부터 잘해보고 싶어요. (웃음)”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호평을 받은 보아. 5년의 국내 무대 공백이 무색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 보아의 존재는 독특하면서도 눈에 띄었다. 이효리, 세븐 등 올해 컴백 솔로 가수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보아가 가요계의 또다른 방향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보아 스스로는 앨범에 대한 어떤 평가를 기대할까.
“앨범 활동이 끝날 무렵 ‘역시 보아네’라는 반응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20대 들어 생각한 것이 정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거에요. 저도 이제는 성인인데 제 노래를 보면 무섭고 메시지 적인 이런 노래밖에 없어서 감수성 있는 발라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여러 방면으로 좋아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