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아이돌’로 시작한 가요계 그룹의 명칭은 ‘성인돌’ ‘엉아돌’ ‘국민돌’ ‘짐승돌’ 등 많은 말을 파생시켰다. 이 명칭들은 각각의 그룹들의 색깔을 짧게 굵게 보여줘, 많은 그룹들이 ‘00돌’을 짓는데 있어 의외로 공을 들인다. 이런 가운데 12일 데뷔를 앞둔 9인조 걸그룹 나인뮤지스 ((Nine Muses / 라나, 세라, 민하, 은지, 이샘, 이린, 비니, 재경, 혜미)를 명명한 ‘모델돌’은 이 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단어다. 평균 키 172cm로 슈퍼모델 대회 1위를 2명이나 보유했으며, 그 외 멤버들 역시 패션쇼 무대에 섰거나, 모델학과 등에 다니고 있다.
아직 방송 음악프로그램에 데뷔를 하지 않았지만, 지난 5월 2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드림콘서트 샛별 스테이지를 통해 ‘모델돌’ 멤버들 9명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나오는 포스를 한차례 보여줬다. 그러나 이 ‘모델돌’이라는 명칭이 이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이들에게 자칫 족쇄가 될 수 있다. 외모만 믿고 나온다는 선입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도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죠. 모델로 시작했고 그래서 ‘모델돌’이라는 명칭이 붙었으니까 외모를 우선 보게 된다는 것을 잘 알아요. 그래서 도리어 가창력 있는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비니)
“‘모델돌’이라는 명칭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기대하고 있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그에 대해 실망시키지 않으려다보니까 더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고요” (라나)
‘모델돌’과 동시에 나인뮤지스가 또한번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들의 첫 번째 싱글 타이틀 곡 ‘no playboy’이 박진영, Rainstone(이우석) 공동 작곡, 박진영 작사의 곡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레트로한 선율한 심플한 코드 패턴의 메인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연주되어 중독성을 만들어내는 곡이다. JYP 소속 가수가 아닌 이들에게 곡을 잘 안 주기로 유명한 박진영이 이들의 무엇을 보고 줬을까.
“사실 저희도 궁금해요. (웃음) 노래 가사를 보면 도도하면서도 당찬 여자의 느낌이 나요. 그러면서도 여린 느낌의 여성을 그리고 있죠. 아마 저희가 모델 출신들이 많고 외적으로 보이는 면이 노래 가사와 맞다보니까 곡을 주신 것 같아요” (이샘, 세라, 은지)
외모적으로 뛰어난 만큼 이들이 보여줄 안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 드림콘서트 때 ‘검사 프린세스 OST’ 수록곡 ‘Give me’를 부를 때는 모델 워킹과 같은 포즈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첫 방송때 이들이 보여줄 안무는 어떨까.
“아직 계속 안무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까지도 수십 번 안무를 바꾸면서 연습을 했죠. 하지만 ‘모델돌’답게 초반에는 워킹이 들어간 동작들을, 그리고 후반부에는 모델 포즈를 취하는 동작이 들어갈 것 같아요. 무엇보다 당당한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 안무의 포인트죠. 그 이외에는 비밀입니다” (라나, 세라, 민하)
12일 데뷔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의 데뷔는 쉽지 않았다. 2009년 4월부터 7월까지 케이블방송 Mnet 프로그램 ‘제국의 아이들’을 통해 ‘나인뮤지스’라는 이름을 알렸지만, 데뷔는 남자그룹인 ‘제국의 아이들’이 먼저 했고, 또 준비하는 과정에서 멤버가 일부 교체되기도 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데뷔’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어요. 모델로서 그리고 다른 일을 모두 버리고 가수의 길을 선택했는데, 계속 데뷔가 미뤄지면서 조바심이 났죠. 그런데 도리어 개인적으로나 팀 분위기상으로 데뷔가 늦춰진 것이 장점으로 바뀐 것 같아요. 저에게는 가수가 본업이라는 생각을 굳건히 하게 됐고, 팀 구성도 더 나아진 것 같아요” (이샘)
“저희가 어떻게 하다 보니 동갑내기 (87년생) 3명이 남았거든요. 먼저 들어온 친구들은 다 나갔죠. 그래서 아픔이 아팠어요. 서로 마음을 열고 친했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때는 마냥 순수한 마음으로 가수의 꿈을 키웠는데 그 친구들이 나가니까 약간 사회적으로 성격이 변한 것 같아요. 내가 잘해서 내가 잘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라)
뛰어난 외모 탓인지 나인뮤지스 멤버들의 행보는 연습생 때부터 거침이 없었다. 이 때문에 종종 멤버들 간에, 혹은 회사와도 마찰이 있었던 것도 사실. 어떻게 보면 무조건 “우리는 사이도 좋고 회사도 잘해준다”는 예의상 멘트를 날리는 여타 그룹들에 비해서는 솔직해 보기 좋았다. 그러나 각각의 자부심도 강하고 숙소 생활이 아닌 개별 생활, 그리고 합류 시점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팀 융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솔직히 여자 세 명이 모여도 기왓장이 깨진다고 하는데 비슷한 나이 또래가 모이니까 다툼도 있죠. 그런데 같이 많이 지내다 보니까 부딪치고 하면서도 서로 발전해 나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하루에 부모님도 30분밖에 못 보는데, 멤버들은 20시간 넘게 봐요. 부딪치기도 하지만 이렇게 붙어있으니 이제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비니, 민하)
“저희가 성격들이 좋아서 언니들과 싸우더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말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또 바로 잊어버리죠. 또 저 사람이 나에게 왜 그랬지라고 고민하더라도 성격들이 워낙 시원시원해서 바로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은지)
뻔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가요계 그룹이 나올 때마다 궁금한 것은 라이벌을 세우는 것이다. 현재 키 등 외모로만 봤을 때는 애프터스쿨이나 LPG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음악적 장르 등으로 따져보면 애프터스쿨이 유력할 것이다. 가요계 다수의 평가도 이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사실 저희로서는 굉장히 고마운 일이죠. 저희가 9명이기에 소녀시대 선배님들과 비교가 되고, 또 콘셉트에서는 애프터스쿨 선배님들과 비교되는데, 그러한 것들이 저희에게는 플러스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교대상이 될 수는 없죠. 저희들만의 색깔을 보여줘야죠. ‘나인뮤지스 만의 색깔이 어떻다’라고 보여드릴 겁니다” (이샘, 이유애린)
또한번 뻔하지만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기에 물어보는 질문을 던졌다. 올해의 목표. 대다수 신인들은 올해의 신인상을 목표로 하는 가수도 있고, 인지도를 올리겠다는 가수도 있다. 또 음악프로그램 1위를 목표로 하는 가수도 있고,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가수도 있다. 이에 대해 두 막내 중 한명인 은지는 아예 기자가 제시한 이 4가지 객관식 답안을 합쳐버렸다.
“다방면으로 활동을 해서 인지도를 올리고, 그 이후에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다음 연말에 신인상을 받고 싶습니다” (은지)
비주얼 뿐만 아니라 가창력도 기대하라며 기자의 기대치를 급상승 시켜놓은 나인뮤지스의 데뷔는 오눈 12일 목요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