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명품 배우의 대결-‘악마성’ 혼란…‘악마를 보았다’ 3개 포인트

잔혹함-명품 배우의 대결-‘악마성’ 혼란…‘악마를 보았다’ 3개 포인트

기사승인 2010-08-12 12:29:00

"[쿠키 영화]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11일 우여곡절 끝에 공개됐다. 최초 최민식과 이병헌의 연기 대결에 관심이 모아졌다가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악마를 보았다> 상영 후 반응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살인과 폭력의 잔인성은 인정하는 공통
분모를 가지면서도 한쪽은 ‘현실의 반영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다른 한쪽은 ‘잔인함만을 드러낸 졸작’이라는 평가하고 있다.

한국 영화 잔혹함의 정점을 보다

<악마를 보았다>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잔인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민식이 연기한 ‘경철’에게 여성은, 인간은 그저 자신의 쾌락과 목적을 위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존재다. ‘수현’ (이병헌)을 만나 고통을 당하면서도, 이런 과정은 멈추지 않는다. ‘장경철’의 친구인 ‘태주’ (최무성)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을 개처럼 끌고다니며, 도륙한다. 그러면서 일상은 평안하다. 남들처럼 식사를 하고, 친구를 만나 과거를 이야기하고, 다시 식사를 준비하러 나선다. 이 때문에 더욱 이들의 행동은 잔인하게 느껴진다.

‘경철’에게 복수하러 쫓아다니는 ‘수현’의 태도도 만만치 않다. ‘경철’에게 줄 수 있는 고통을 지속적으로 안겨준다. 복수가 어느 순간 폭력의 유희화가 되면서, 그 잔인함도 ‘경철’이나 ‘태주’ 못지않다. 한마디로 ‘짐승’이 된, ‘악마’가 된 광기와 광기의 충돌이고, 그 광기의 충돌 사이사이에 인간들의 시체가 즐비하게 널려져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 잔혹함은 ‘이미 존재했고’ 또 ‘있을 법한’ 일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관객들을 경악케했다. 단지 영화의 특성상 더 극적으로 표현했을 뿐, 현실의 반영이 짙다.

최민식-이병헌 두 배우의 연기대결

이같은 잔혹함이 관객들에게 더 소름끼치게 전달되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최민식과 이병헌 두 배우의 연기 대결에서 찾을 수 있다.

최민식이 연기한 ‘경철’은 삶 자체가 ‘악’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이는 최민식이라는 연기파 배우를 통해 관객들에게 사실적으로 전달됐다. 그런데 이 정도가 약한 것이라 한다. 최민식은 언론시사회 당시 자신이 캐릭터에 몰입을 일부러 안했는데, 이유는 만일 몰입했다면 아마도 자신의 인터뷰는 구치소에서 진행되었을 것이라 말했다. 그래서 몰입된 연기가 아닌 테크니컬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고백했다. 그가 몰입했다면 어떤 캐릭터가 탄생되었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또한 김지운 감독이 최민식의 얼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최민식의 클로즈업 연기는 관객들이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든다. 그 결과가 호평이든 악평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수현’ 역의 이병헌의 광기 역시 만만치 않다. ‘경철’의 광기가 이미 태생적으로 내재되어 나와 이미 ‘짐승’의 영역에서 보였다면 ‘수현’의 광기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드러난다. 이 때문에 결말에 이르게 되면 얼핏 ‘경철’의 광기가 ‘수현’의 광기에 묻히게 된다. 이병헌은 이를 섬세하면서도 차분하게 표현했다. 스스로 이야기했듯이 정적인 가운데, 분노와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병헌은 이를 충분히 소화해냈다.

이 두 배우의 충돌에 오산하, 전국환, 천호진, 김윤서, 최무성 등의 조연들의 연기는 원심력과 구심력을 영화 속에서 동시에 발생하게 만든다.

누가 악마인가, 화두를 던지다

이런 두 배우의 모습은 결국 관객들에게조차 “누가 과연 악마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초반에는 단순하게 최민식으로 ‘악’으로 설정해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이후 이병헌의 행동에서 혼란을 갖게 된다. 특히 “내 여자가 죽임을 당한다면”이라는 설정에 다소 억지스러운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 한, 최민식과 이병헌의 모습은 극 중반부터 오버랩되면서 서서히 서로의 자리를 바꾸게 된다. 특히 이병헌이 주위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취하게 되는 태도는 <악마를 보았다>의 타이틀에서 ‘본다’는 말이 상대인지, 나 자산의 내면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관객들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악마성’을 고민케 한다. 이병헌이 기자간담회에서 “악플도 어떻게 보면 악마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는 극단으로 갈수록 모두가 악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볼 문제가 자칫 영화 전체적으로 흐르는 잔혹함에 묻힐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12일 개봉해 관객들의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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