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부족으로 새는 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사용료(로열티) 지급액은 사상 처음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올 한해에만 특허기술을 쓰는 대가가 1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로열티 사용료 수지(지급액-수입액)도 사상최악의 적자를 나타냈다.
1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 업체의 특허권 등을 사용한데 따른 지급액은 40억5700만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억달러보다 50% 이상 급증한 것이며 2006년 연간 46억달러와 맞먹는 수치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해당 통계가 나온 1980년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특허 사용료 지급액이 급증한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활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기술을 많이 쓰는 반도체(전년 동기대비 95.6% 증가)와 디스플레이 패널(47.7%) 등 첨단제품의 상반기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은 국제수지팀 노충식 차장은 “주로 완제품을 외국에 내다파는 우리나라 교역구조 면에서 수출이 잘 될수록 거기에 따른 원천기술 로열티가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로열티 사용료 누수는 이어질 전망이다. 7월 수출은 431억7000만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정부 당국은 예상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로열티 지급액이 올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의 특허권 등 수입액도 최근 연구개발(R&D) 투자 활성화 덕분으로 증가추세다. 올 상반기 로열티 사용료 수입액은 15억 4700만달러로 2007년 8억7400만달러 수입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급액이 워낙 크다보니 올 1~7월 로열티 사용료 수지는 사상 최대인 28억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제품판매로 번 돈이 상당부분 기술사용료로 나가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경기양극화도 원천기술 부족에 따른 고용창출력 약화에 기인한바 크다”며 “대학 및 출연연구기관의 기초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