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은 민씨가 2007년 12월 국새를 제작하고 남은 금 1.2㎏(320돈)을 빼돌렸다고 2일 밝혔다. 민씨는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 600g을 가로챘으며, 거푸집에 금물을 부을 때 주물의 밀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인 ‘물대’에 남아있던 금 600g도 반납하지 않았다.
경찰은 민씨가 물대에 남은 금을 제외한 600g을 골드 바(bar) 형태로 갖고 있다 일부를 도장 등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씨가 그동안 ‘1대 국새 제작자인 석불 정기호 선생의 계보를 잇는 정통 전각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내용도 모두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민씨는 석불 선생에게서 실제 주물 기술을 배운 적이 없으며, 심지어 석불 선생의 회고록 ‘고옥새간회정도(古玉璽看繪鄭圖)’를 조작해 석불 선생이 1대 국새 제작자인 것처럼 꾸며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기록원을 통해 석불 선생이 초대 국새 제작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민씨는 ‘주물 작업은 미아리 뒷산에서 굴을 파놓고만 해봤다’고 진술할 만큼 주물 기술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 방식으로 국새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자가 한 사람도 없어 아무도 검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부도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초 롯데백화점에 전시한 40억원짜리 ‘대한민국 다이아몬드 봉황 국새’ 역시 실제 원가는 2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엉터리였다.
민씨가 직접 만든 이 국새는 당시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고 소개됐다. 백화점 측은 이 국새를 금고에 보관하며 관심을 보이는 일부 고객에게만 공개했다. 하지만 ‘40억 국새’에 들어간 재료는 황동과 니켈, 인조 다이아몬드에 불과했다.
한편 경찰은 민씨가 전·현직 대통령 등에게 ‘금도장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민씨가 돈을 받고 주문제작한 것이어서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민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